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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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시장 불황 등 이유로 정년까지 조직에 남아 있으려는 검사들이 늘고 있다. 승진에 실패할 경우 조기 퇴직하던 관행이 점점 깨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조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전관예우 효과도 떨어져 변호사 개업이 여의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11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의정부, 청주, 울산, 창원, 전주지방검찰청 등 5곳의 지검에 중요경제범죄조사단(중경단)이 설치됐다. 중경단에선 고소·고발 사건 중 금액이 크고 복잡한 경제사건을 고등검찰청(고검) 검사들이 파견을 와서 처리한다. 2014년 서울중앙지검에서 처음 선보인 중경단은 현재 16곳까지 확대됐다. 중경단 검사 대다수가 15년 넘는 경력의 베테랑인 만큼 까다로운 사건을 맡겨 원활히 처리하게 한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중경단이 늘어난 이유를 정년을 채우려는 검사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차장검사나 검사장 등 승진에서 소위 물을 먹고도 옷을 벗지 않는 검사들은 대개 고검에 배치된다. 최근 조기퇴직이 줄어들며 ‘고검행(行)’ 검사들이 늘어났지만, 고검 근무인원을 무한정 늘릴 수 없는 만큼 이들을 보낼 중경단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2017년까지만 해도 검찰 역사상 정년퇴임을 한 검사는 15명밖에 없었으나 올 1월에만 두 명이 나왔을 만큼 시니어 검사들이 많아지고 있다.

검찰은 이들의 수십 년 수사경험을 사장시키지 않기 위해 고심 중이다. 고검은 지검과 달리 수사 업무가 적어 ‘한직’으로 통했으나, 최근 고검 검사들의 직접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과거엔 항고 사건 대부분을 지검에 돌려보내 재수사를 지휘하는 데 그쳤으나, 요즘엔 고검 검사가 직접 재수사를 하는 비율(직접경정률)이 지난해 기준 33%까지 올라갔다. 수사를 담당하는 중경단을 늘려나가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고검 검사가 고검장 등 상급자보다 기수가 높은 경우도 있고 인사고과에 크게 신경쓰지 않아 이들의 복지부동과 소극적 업무처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미국이나 유럽처럼 검사의 지휘가 철저히 매뉴얼에 따라 움직인다면 나이나 기수가 어린 사람으로부터 지휘를 받는 것이 현재처럼 ‘모욕’으로 느낄 이유가 없다”면서 검찰의 엄격한 서열 문화를 누그러뜨리는 것이 근본적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