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학 졸업반인 이은영 씨(24)는 대기업 취업을 준비하다가 얼마 전 법학적성시험(리트)에 지원했다. 취업에 실패하면 대안으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진학하기 위해서다. 이씨는 “취업이 어렵다 보니 딱히 법조인에 관심이 없더라도 로스쿨을 ‘플랜 B’로 준비하는 대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국내 변호사 수가 2만 명을 넘어서며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대학생과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로스쿨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취업난과 변호사시험 합격률 상승 등이 겹치며 로스쿨에 입학하기 위해 반드시 쳐야 하는 리트 신청 인원이 11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11일 로스쿨협의회(이사장 김순석)에 따르면 지난 5일 2020학년도 리트 원서 접수를 마친 결과 총 지원자 수가 1만1161명으로 로스쿨 도입 후 역대 최다인 것으로 나타났다.

리트 지원자는 첫해인 2009학년도에 1만960명을 기록한 뒤 매년 8000명 내외에 머무르다 △2017학년도 8838명 △2018학년도 1만206명 △2019학년도 1만502명 등으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659명이 늘었다.

요즘 대학가에선 취업과 로스쿨 준비를 병행하는 게 유행이다. 과거 ‘고시촌’에서 시험 준비에만 몰두해야 했던 사법시험과 달리 로스쿨 입시는 높은 학점, 대외활동 경력, 영어점수 등을 요구해 취업 준비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설명이다. 지방의 한 로스쿨 교수는 “대우가 좋은 대기업이나 공기업 취업에 실패해 ‘차라리 로스쿨 가서 변호사나 되자’는 생각으로 진학한 학생들이 제법 있다”고 털어놨다.

변시 합격률이 반등하기 시작한 것도 로스쿨 인기 상승의 또 다른 요인이다. 변시 합격률은 첫해(2012년) 72.55%에서 지난해 49.35%로 급락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으나 올해 다시 50.78%로 반등했다. 합격률이 지나치게 낮아져 로스쿨이 ‘고시학원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법무부 변시관리위원회는 합격자를 늘리는 안을 검토 중이다.

2020학년도 리트는 다음달 14일 서울과 수원, 부산, 대구, 광주, 전주, 대전, 춘천, 제주 등 9곳에서 치러진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