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업에 뛰어드는 ‘투잡(two job)족’ 직장인이 늘고 있다. 돈이 궁해 부업을 하는 생계형이 대부분이지만 요즘엔 자기만족을 위해 투잡족을 자처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잡코리아가 지난 2월 30대 이상 직장인 20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18.6%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수익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답한 사람이 85.8%(복수 응답)로 대부분이었지만 ‘여유 시간을 유익하게 활용하기 위해’라는 응답도 31.5%에 달했다.직장인 사이에 ‘1인 1직업’이라는 개념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잡을 통해 새로운 적성을 찾거나 부업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월급보다 많아지면서 퇴사를 고민하는 사람도 있다. 최근에는 여러 직업을 가진 사람을 가리키는 ‘N잡러’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저녁이 있는 삶을 포기하고 부업에 뛰어든 김과장 이대리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육아휴직자 김대리도 부업 전선으로통신업체에 다니는 박 과장(38)은 틈틈이 중국어 번역 일을 하는 N잡러다. 번역 일거리가 들어오면 퇴근 이후나 주말에 짬을 내 일한다. 아직 일감이 많지 않아 수입은 월 30만~4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박 과장은 “대학생 때 중국어를 전공했는데 직장에선 딱히 써먹을 일이 없다”며 “단순히 돈을 더 벌기 위해서라기보단 커리어를 확장할 수 있어 번역 의뢰가 들어오면 거절하지 않고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부업으로 번 돈으로 평소 갖고 싶었던 비싼 물건을 사거나 해외 여행을 가는 ‘욜로(자신의 행복을 추구)’형 투잡족도 있다. 디자인 회사에 다니는 웹디자이너 안 과장(35)은 주말이면 재택 근무를 하는 프리랜서로 변신한다. 휴일을 반납하고 번 돈으로 지난겨울 그는 호화 북유럽 여행을 다녀왔다. 1박에 100만원 가까이 하는 이글루 호텔에서 숙박하고 개가 끄는 썰매 타기 등 건당 수십만원에 달하는 관광 상품도 즐겼다. “주말에 일하는 게 좋을 리 없죠. 하지만 나중에 원하는 걸 할 수 있는 경제적 보상이 있어 만족해요.”육아휴직 중인 김과장 이대리들도 투잡에 뛰어들고 있다. 공유 승차 플랫폼인 ‘타다’의 운전기사로 일하고 있는 유통회사 김 과장(34) 얘기다. 타다 기사는 파견 기사(월급제)와 프리랜서 기사(시급제)로 나뉜다. 프리랜서 기사는 근무 시간이 고정적이지 않아 법적으로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김 과장처럼 직장에 다니는 사람도 프리랜서 기사로 일할 수 있다. 그는 “심야에 7시간 일하면 11만원 정도 번다”며 “연극배우, 일용직 근로자 등 다양한 직군이 기사로 투잡을 뛰고 있다”고 전했다.퇴사 고민하는 투잡족출판 회사에 다니는 유모씨(33)는 최근 대학생 때부터 꿈꿔 온 소설가가 됐다. 문예지 공모전이나 언론사 신춘문예 등 전통적인 방식으로 등단한 것은 아니다. 그는 6개월 전부터 온라인을 통해 웹소설을 연재하고 있다. 매일 퇴근 후 세 시간을 소설을 쓰는 데 투자했다. 1주일에 두 번 ‘웹소설 전문 사이트’에 소설을 올렸다.웹사이트에서 유씨의 소설은 큰 인기를 끌었다. 무료로 제공되던 소설은 유료로 전환됐다. 그 덕분에 고료 500만원을 벌었다. 단행본 출간 제안도 받았다. “작가님 소설 너무 재미있어요” “다음 작품은 언제 또 나오나요” 등 독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유씨는 “필명을 따로 쓰기 때문에 내가 평범한 직장인이라는 것을 아무도 모를 것”이라며 “취미로 시작했지만 앞으로는 ‘제2의 직업’이라고 생각하고 소설을 쓸 생각”이라고 말했다.중견기업에 다니는 김 대리(37)는 회사 밖에서는 김 작가로 불린다. 퇴근 후 틈틈이 쓰던 웹툰 원고가 한 플랫폼에 연재되면서다. 김 대리가 시나리오를 써 그림 작가에게 보내면 웹툰 한 편이 완성된다. 매주 연재하기 위해 퇴근 이후는 물론 휴일에도 시나리오 작업에 매달리고 있다. 휴식이 부족해 그만두고 싶었던 적도 많았지만 매주 자신의 글이 웹툰으로 바뀌어 완성될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고 그는 강조한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작가로서 입지를 다진 뒤에 퇴사하고 전업 작가로 일하는 게 목표입니다.”창업에 뛰어든 투잡족도 있다. 에너지 회사에 다니는 김모씨(28)는 2주째 저녁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운영을 시작하면서다. 창업 계기는 인스타그램이었다. 그는 종종 옷을 차려입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는데 팔로어가 5000명이 넘을 정도로 적지 않은 관심을 받았다. 자연스럽게 옷을 파는 데 눈을 돌리게 됐다.그의 쇼핑몰은 1인 기업으로 운영되고 있다. 인스타그램으로 상품을 홍보하고 포장과 배송은 직접 한다. 하루 평균 20건의 판매 실적을 올리고 있다. 김씨는 “쇼핑 사업으로 버는 돈이 월급과 비슷하다”며 “쇼핑몰이 잘 돼 규모나 수익이 커지면 지금 다니는 회사를 그만둘 생각도 있다”고 귀띔했다.본업 못지않은 부업 스트레스투잡을 뛰면서 본업 못지않게 스트레스를 받는 일도 적지 않다. 디자인 회사에서 일하는 유모씨(31)는 지난달 ‘진상 고객’을 만났다. 그는 부업으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나 대학교 동아리 등에 로고를 만들어주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한 스타트업 고객이 로고 디자인의 사소한 것까지 트집을 잡으며 ‘무한 수정’을 요청했다. 하룻밤에 로고를 열 번 이상 고치다 보니 다음날 회사에 출근해선 하루 종일 비몽사몽일 수밖에 없었다.유씨는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 일감을 구하는데 “무료로 무한 수정해 드립니다”는 홍보 문구를 넣은 게 화근이었다. 그는 “겨우 5만원 더 벌려고 하다가 본업에까지 지장을 받았다”며 “돈 버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체감했다”고 했다.유통회사에서 근무하는 김모씨(33)는 지난해부터 주말마다 결혼 사진 촬영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취미로 친척이나 친구들의 결혼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촬영 의뢰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여자친구와 함께 여행도 하고 돈도 벌 겸 지방에도 결혼 사진을 촬영하러 간다.수익은 거리와 의뢰인에 따라 다르지만 회사에서 받는 월급의 절반 수준이다.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결혼 사진을 찍어준 커플은 약 80쌍에 달한다. 김씨는 “결혼 성수기인 요즘은 이미 받아놓은 예약 때문에 토·일 이틀 내내 쉬지도 못하고 촬영에 매달리고 있다”며 “회사 일 때문이 아니라 부업 때문에 주중 휴가를 써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기업 문화가 빠르게 변하는 시대 흐름을 오히려 못 쫓아가는 거 아닌가요? 이제 구식 조직문화는 버려야죠. ‘너 아니어도 들어올 사람 많다’는 식으로 바꾸지 않으면 도태되는 건 순식간이에요.”(네이버 아이디 ahhe****)4일자 김과장 이대리 <‘퇴사 카드’ 주저 않는 90년대생 신입사원>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이 기사는 1990년대생이 사회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기성세대가 조성해 놓은 기업 조직문화에 균열이 생겨나고 있는 사례를 담았다. 이 기사엔 110여 건이 넘는 댓글이 달리는 등 그 어느 때보다 누리꾼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댓글은 대부분 ‘스스로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일엔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는 1990년대생들의 모습이 정상적인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네이버 아이디 7107****은 “회사가 예전처럼 군대 문화도 아니고 시대가 변한 만큼 초년생들 문화나 사고방식에 일부 맞춰줘야 한다”고 말했다. 네이버 아이디 econ****은 “90년대생이 정상이다. 직장에 올인할수록 더욱 직장에 얽매이게 되기 때문에 그냥 월급 받는 곳,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개인의 진짜 삶에 매진하면 훨씬 좋아진다”는 댓글을 달았다.‘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진 상황에서 전반적인 기업 문화가 지극히 정상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네이버 아이디 invo****는 “90년대생 사고방식이 이해가 안 간다는 사람들이 더 이해가 안 된다”며 “당연하고 상식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시대가 바뀐 만큼 1990년대생들도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네이버 아이디 kain****은 “때가 바뀌었다. 예전처럼 자리만 차지해도 충분히 돈 나오는 시대가 아니다”며 “싫은 것도 참고 이겨내는 사람과 싫은 건 안 하고 자기 좋은 것만 골라 하는 사람이 비슷한 대우를 받는 것 또한 부당한 줄 알아야 한다”고 꼬집었다.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사옥은 서울 마곡동에 있다. 서울시의 도시개발구역인 이곳은 아직 정비를 완전히 끝내지는 않았지만 곳곳에 맛집이 숨어 있다. 그중에서도 에프앤가이드 직원들이 자신 있게 추천하는 식당을 소개한다.메가박스 마곡 뒤에 있는 중식당 랑월은 바삭한 돼지고기 안심 튀김에 흑설탕 소스를 곁들인 흑설탕수육으로 유명하다. 한 방송 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입소문을 탄 데다 테이블도 몇 개 되지 않아 점심시간이면 늘 기다리는 손님들로 가게 앞이 붐빈다. 새우튀김에 마요네즈 소스를 묻힌 크림새우와 송이, 전복, 해삼 등을 채소와 함께 볶아 낸 전가복도 일품이다.지하철 9호선 마곡나루역 1번 출구 앞에 있는 마부자생삼겹살은 ‘마곡동에서 삼겹살이 가장 맛있는 집’으로 통한다. 주메뉴는 삼겹살과 목살. 불판 위에 고기와 함께 ‘100% 국내산 재료’로 담근 배추김치를 올려 준다. 점심 땐 감칠맛이 살아 있는 묵은지 김치찌개도 인기다.서울 이촌동에서 시작해 마곡동까지 진출한 스즈란테이는 일본 정통 가정식을 맛볼 수 있는 음식점이다. 식당을 운영하는 일본인 셰프 미타니 마사키 씨는 일본에서 직접 주요 식재료를 공수해 일본산 그릇에 담아 내놓는다. 제철 식재료를 쓰다 보니 계절마다 메뉴도 바뀐다. 다양한 일본 술과 튀김, 회 같은 일품요리도 있어 퇴근 후 들러 가볍게 한잔하기에도 좋다.란콰이펑누들은 푹 고아 낸 쇠고기 육수에 쫄깃한 면을 담은 홍콩식 우육탕면을 맛볼 수 있는 집이다. 점심시간엔 해장하려는 직장인이 많이 찾는다. 직접 빚어 만든 찐만두와 군만두도 인기다.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