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노조가 광주형일자리의 지속 가능성 등을 놓고 반대하는데, 그 이전에 자신들의 지속 가능성부터 고민해봐야 합니다.”광주형일자리를 놓고 논란이 벌어진 작년 11월 사회연대포럼이 주최한 한 토론회에서 현대차노조 간부를 지낸 A씨가 한 말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핵심인 전국금속노동조합, 금속노조의 핵심인 현대차노조가 정당하지 않은 이유로 광주형일자리 정책을 반대하고 있다는 비판이었다.민주노총의 도를 넘는 행태에 민주노총 내부는 물론 노동계 출신 원로들의 비판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기득권을 지키려 사회적 대화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는 반면 툭하면 불법·폭력을 자행하는 데 대한 비판이다.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초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사회적 대화에 불참하는 민주노총을 향해 “사회적 대화의 첫 번째 덕목은 주고받는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인데 이를 거부한다면 경사노위에 올 필요가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의 투쟁이 노동시장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민주노총과 그 핵심인 현대차노조는 (자신들의 이익이 침해당할까 봐) 연봉 3500만원의 광주형일자리 사업을 반대했다”며 “아들·딸 세대의 일자리를 위해서라도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노조가 임금 인상을 자제하고 기득권을 내려놔야 한다”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1993년 민주노총의 전신인 전국노동조합협의회 사무총장을 지내며 민주노총 출범의 산파 역할을 한 ‘노동계 대부’로 통한다.1970년 전태일 열사 분신 사건을 알리면서 20년 넘게 민주화·노동 운동에 앞장선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원장은 “민주노총은 대한민국을 멍들게 하는 망국(亡國) 10적 중 제1호”라며 연일 민주노총을 비판하고 있다. 고임금에 안정된 직장에 속한 노조가 기득권 강화 투쟁에 나서면서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이다.1995년 민주노총 출범 당시 준비위원회 멤버였던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민주노총을 향해 “대화해서 뭐가 되는 조직이 아니다”며 “항상 폭력적 방식이고 자기들 생각을 100% 강요하려 한다”며 비판한 바 있다. 2007~2009년 민주노총 위원장을 지낸 이석행 한국폴리텍대 이사장도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자리가 있어야 노동운동도 있는 것”이라며 민주노총의 행태를 우회적으로 지적했다.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기업들은 문재인 정부 들어 법원의 노동계 편향성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호소한다. 최근 노동 관련 주요 판결이 수십 년간 산업현장에서 작동해온 관행과 룰을 뒤집으면서 일각에선 법원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주장하는 법리를 지나치게 수용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대표적인 사례가 통상임금이다. 대법원은 지난 2월 ‘시영운수 사건’에서 “통상임금 소급 청구를 제한하는 법리인 신의성실의 원칙을 적용하는 요건인 경영상 어려움은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법리를 제시했다. 경영계는 법원이 앞으로 신의칙 적용을 사실상 부정하겠다는 메시지로 평가했다.그로부터 2개월여 뒤 한진중공업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기업 패소’ 판결을 내렸다. 1심과 2심은 한진중공업이 2010년부터 대규모 적자를 내고 결국 채권단 손에 넘어갔다는 점을 고려해 신의칙을 인정했으나 대법원은 “그런 사정이 있다 해도 근로자의 청구가 직접적으로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아시아나항공, 두산모트롤, 금호타이어 등도 2심에선 신의칙을 적용해 승소했으나 최종심에서 승소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통상임금 범위도 확대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달 ‘갑을오토텍 사건’에선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는 요건인 ‘고정성’ 해석을 대폭 완화해 재직자 조건이 붙은 상여금도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그동안 ‘정기상여금은 재직자에게만 지급한다’는 취업규칙·단체협약 때문에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던 근로자까지 대거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 셈이다.통상임금은 야근 등 초과근로의 기준이 되는 임금이다. 그동안 노사는 ‘1개월 초과 주기로 지급하는 정기상여금 등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고용노동부 지침(1988년 제정)에 근거해 임금 수준을 정해 왔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정기적으로(정기성), 모든 근로자에게(일률성), 미리 확정된 임금을 일한 시간에 따라(고정성) 지급하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또 그동안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해 ‘근로자의 소급 임금 청구가 심각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면 그 청구를 제한할 수 있다’는 신의칙 법리도 제시했다. 경영상 어려움도 감안한 판결이었다.하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6년이 지난 후 당시 법리를 뒤집는 판결이 잇달아 나오고 있는 것이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이 2013년 전원합의체 결정을 바꾸려면 다시 전원합의체를 구성해야 하는데도 소부(小部)가 새로운 법리를 제시한 것은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지적했다.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전국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이 동시 파업을 시작한 4일 대전·세종·충남 건설현장 곳곳에서 타워크레인 점거 농성이 이어졌다.민주노총 건설노조 대전충청타워크레인지부에 따르면 전날(3일) 오후 5시부터 대전·세종·충남지역 조합원들이 건설현장 260곳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지역 노조원 400여명이 총파업에 참여해 주요 건설현장 90%가 가동을 멈춘 상태라고 민주노총 측은 설명했다.이들은 "리모컨으로 움직이는 소형 타워크레인이 현장에 불법으로 난무하고 있다"며 "알려진 사고만 40건에 이르고 알려지지 않은 사고도 잦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특히 아파트 등 건설이 한창인 세종에서 많은 노조원이 크레인 농성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이들은 '시한폭탄 소형 타워크레인 즉각 중단하라' 등 현수막을 100m 높이 크레인 꼭대기에 내건 채 아슬아슬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이들은 계단참에서 태양을 피해 잠시 쉬거나 사람 한 명이 겨우 다닐 수 있는 폭의 크레인을 오가며 구호를 외쳤다.또 크레인 아래에 있는 노조원이 줄에 매달아 올려주는 김밥과 생수로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노조 측은 크레인 위로 올라가지 않은 노조원들은 5∼6명씩 조를 이뤄 농성현장을 찾아 선전전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경찰과 소방당국은 고공농성 노조원 건강상태를 수시로 확인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장승호 대전충청타워크레인지부 수석 부지부장은 "노조원들이 소형 타워크레인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크레인 아래로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