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제약업체 A사는 지난달 기업교육 위탁업체에 승진자 교육 시간을 줄여달라고 요청했다. 그전까지는 부장 승진자를 대상으로 1박2일 동안 교육했지만 앞으로는 4시간만 하기로 했다. 주 52시간 근로제를 대비하려면 교육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A사의 임직원은 300명엔 미치지 못하지만 50명이 넘어 내년 1월부터 주 52시간제 대상이 됐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주 52시간 근로제 때문에 사내 교육이 줄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업무와 관련해 회사에서 시행하는 교육이 근로시간에 포함된다고 해석한 여파다.

교육컨설팅회사 H&K컨설팅의 하동수 대표는 “숙소에서 잠을 자면서 하는 숙박형 교육은 야근으로 간주될 수 있어 하루짜리 교육이나 출퇴근 교육으로 대체하는 추세”라며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 이후 중소·중견기업을 중심으로 교육을 요청하는 횟수와 시간 모두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하 대표는 “기업교육의 세 가지 큰 축은 직무, 리더십, 조직개발”이라며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 후 많은 기업이 꼭 해야 하는 직무교육만 남기고 리더십이나 조직개발 교육은 줄이거나 아예 없애버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전에는 기업이 사내복지 일환으로 자기계발이나 리더십 교육을 제공하기도 했지만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법정의무교육 등 꼭 필요한 교육만 남기는 사례가 많아졌다, 주 52시간 근로제로 노동자들의 자기계발 기회가 줄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이다.

기업교육 시장에선 단기 교육 과정이 집중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주 52시간제가 도입된 지난해 7월 이후 기업교육 전문기업인 휴넷을 통해 하루짜리 단기 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한 직장인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40% 늘었다. 남만기 휴넷 이사는 “법정 근로시간이 줄어들자 교육으로 근로자 역량을 강화하려는 기업들의 고민이 더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