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노조 요구 대폭 수용"
'기울어진 중노委' 책임론 부상
타워크레인 노조, 3일만에 파업 철회…커지는 손실에 건설업체 백기 들어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이 파업을 철회했다. 국토교통부는 5일 “오후 5시를 기점으로 노조가 파업을 철회했다”며 “노·사·민·정 협의체를 구성해 소형 타워크레인 등에 대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사측과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잠정 합의를 도출했다”며 “조합원들이 7일부터 현장에 복귀할 것”이라고 밝혔다.

타워크레인 노조가 사흘 만에 파업을 철회했지만 건설현장은 공사 중단으로 인해 큰 피해를 봤다. 사흘간 전국 건설현장 타워크레인의 절반이 넘는 1700여 대가 가동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사용자 측 단체인 한국타워크레인협동조합은 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데는 중앙노동위원회의 불공정한 ‘조정 중지’도 한몫했다며 반발했다.

서울 건설현장 70여 곳 올스톱

타워크레인 노조, 3일만에 파업 철회…커지는 손실에 건설업체 백기 들어

사측과 양대 노총은 △임금 4.5% 인상 △소형 타워크레인 지상 25m 이상 설치 금지 △8월 첫째주 여름휴가 보장 등에 합의했다. 사측이 노조가 주장했던 소형 타워크레인 사용 금지 등을 대폭 수용한 모양새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공사에 차질을 빚으면서 피해 우려가 커지자 사측이 협상에서 주도권을 잃은 것 같다”며 “임금 동결은 물론 경영권 침해라며 사측이 반발했던 타워크레인 설치 금지 불허 등의 내용은 하나도 반영되지 못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노·사·민·정 협의체는 소형 타워크레인의 규격 제정, 면허 취득, 안전장치 강화 등 안전 대책과 글로벌 인증체계 도입 등을 논의하고, 건설업계의 불합리한 관행을 고치는 방안도 제시하는 역할을 맡는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협의체에서 다룰 안전 기준이나 규격 기준이 모호해 합의가 원활히 이뤄질지는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사흘간 이어진 파업으로 전국의 건설현장은 사실상 마비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도 양대 노총이 파업을 철회하기 전까지 전국 558곳의 현장에서 파업이 벌어졌다. 가동을 멈춘 타워크레인은 1773대로 전국 타워크레인(3500여 대)의 절반이 넘었다. 서울에서만 건설현장 77곳이 공사에 차질을 빚었다. 서울 염리동 마포프레스티지자이 공사장에선 타워크레인 8대가 모두 가동을 중단했다. 건설업체 A사는 이틀 동안 고층 건축물에 필요한 골조 공사를 못했다.

파업 명분 준 기울어진 중노위

일각에선 막대한 피해를 입힌 이번 파업을 조정해야 할 중노위의 구성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3월 ‘건설현장에서 조종석이 없는 무인 소형 크레인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는 자료를 발표했다. 이는 양대 노총 타워크레인노조의 핵심 주장이기도 했다.

그런데 타워크레인노조의 파업을 조정해온 중노위 조정위원회 위원장이 신철영 경실련 대표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공개적으로 노조와 같은 입장을 밝힌 인물이 조정위원장을 맡은 것이다. 사용자 측인 한국타워크레인협동조합은 “조정에 나선 중노위가 경영권과 인사권을 침해하는 노조의 주장을 수용하려는 편파성을 보이다가 사용자 측이 반발하자 ‘조정 중지’를 선언했다”며 “노측으로 기울어진 중노위의 행태가 노조 파업에 힘을 실어준 셈”이라고 비판했다.

양대 노총의 타워크레인노조와 한국타워크레인협동조합은 파업에 앞서 여섯 차례 교섭을 했지만 합의에 실패해 중노위에 조정신청을 했다. 한국타워크레인협동조합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열린 중노위 조정위원회는 위원장인 신철영 공익위원과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등 3명으로 꾸려졌다.

사용자 측은 이해관계 충돌 문제가 있는 신 위원장이 이번 조정에서 배제됐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와 같은 목소리를 내는 단체를 이끄는 사람이 위원장을 맡아 공정한 조정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이 사용자 측 주장이다. 중노위 조정회의에서 사용자 측은 소형 타워크레인 사용 중단은 경영권을 제한하는 내용이어서 노사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의견이었지만, 중노위는 노조 입장을 받아들이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로 인해 사용자 측 협상 위원 전원이 조정을 거부하는 사태까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건설업체 대표는 “조합원 우선고용도 법원에서 불법으로 판정받아 노조 주장대로 단협이 될 경우 사용자들이 범법자가 된다고 항변했지만, 신 위원장은 위원회는 불법을 판단하는 곳이 아니라는 말만 계속했다”며 “이번 중노위는 노조에 합법 파업의 명분을 주기 위한 전초 기지 역할을 했다”고 비난했다.

김순신/배태웅/양길성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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