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 책임 묻는 조항과 방송근로자 보호 내용 빠져"
故 이한빛PD 父, 대통령에 편지…"산안법 시행령 바뀌어야"
노동인권 문제를 고발하다 세상을 떠난 고(故) 이한빛 CJ ENM PD의 아버지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방송근로자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산업안전보건법 하위법령 개선을 촉구했다.

이 PD 아버지인 이용관 한빛미디어 노동인권센터 이사장은 3일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로 "문 대통령께서 대선 후보 시절 이 PD 죽음에 대해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 CJ ENM이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계기가 됐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이어 "이 PD의 유지를 실현하고 방송산업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지만 카메라 뒤 노동자는 아직도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한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허울뿐인 '개인 사업자'라는 미명 아래 방송 노동자들은 산업안전보건법과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노동의 사각지대'에 놓여 고통과 죽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라고 호소했다.

이 이사장은 "이러한 상황에서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된다는 소식이 들려와 기대했지만, 시행령에는 원청 기업에 책임을 묻는 조항이 빠지고 방송노동자를 비롯한 많은 영역이 법의 적용에서 제외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구체적인 제제나 규제 방안이 실종돼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은 이전과 큰 차이가 없는 유명무실한 법이 되고 말았다"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이대로는 방송제작 현장의 '죽음의 외주화'가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모든 방송근로자 표준근로계약서 작성, 4대 보험 가입, 모든 사업장에 근로기준법 적용 등을 촉구했다.

그는 "최근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주 52시간 근로를 준수하고 표준근로계약서도 작성해 만든 성과"라며 "대통령께서 노동존중사회를 이룰 수 있도록 끌어달라"고 했다.

이 PD는 tvN 드라마 '혼술남녀' 조연출로 참여하며 열악한 촬영 환경을 지적하는 목소리를 내다 2016년 세상을 등졌다.

그의 아버지인 용관 씨와 동생인 한솔 씨는 고인 유지를 따라 한빛센터를 설립하고 방송노동환경을 개선하는 일에 앞장서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