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관 64%, 수사비 부족하면 사비 털어 진행"
범죄는 다양해지는데 수사비는 턱없이 부족…"현실화 필요"
"마약 수사의 경우 조폭들도 돈에 따라 움직이고, 밥으로 해결이 안 되면 술을 먹여야 하는데 수사비로는 지출이 안 됩니다."

"정보원비는 사실상 활용이 어렵습니다. 금액이 많지도 않지만 100% 감사가 들어오고 정보원 신원이 노출되기 때문에 지출을 안 하는 게 낫다고 보는 인식이 많습니다."

경찰 수사관들의 사건수사비가 실제 수사 활동에 사용하기엔 턱없이 부족해 증액 등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2일 건국대 글로컬산학협력단이 경찰청의 연구용역을 받아 분석한 '경찰 수사 기능별 적정 사건수사비에 대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실제 사건수사비와 수사관들이 생각하는 적정비용은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이 지난해 9월 17일부터 10월 5일까지 수사·형사, 풍속, 성폭력, 외사, 교통, 보안, 지하철범죄 등 7개 분야 전국 수사경찰관 1천34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상당수는 사건수사비가 적정 수준에 못 미친다고 답했다.

근무부서와 업무 책임량, 지역적 특성 등을 고려한 사건수사비의 적절성을 1점에서 5점 척도로 점수를 매겼을 때 평균값은 2.02점에 불과했다.

'사건수사비가 부족한 경우 사비를 들여 수사를 진행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이 64.63%에 달했다.

응답자 7.38%는 '인지 과정일 경우 수사비가 부족하면 수사를 중단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연구진은 "적절한 사건수사비 지급을 통해 공정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경찰관 개개인의 직무 스트레스가 커질 수밖에 없다"며 "결국엔 사회 전체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사회 안전망을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사건수사비는 개인별로 경비를 지출한 다음 심사를 거쳐 실제 사용한 경비를 지급받는 형태로 운영된다.

사건수사비를 청구하지 않거나 부담을 느끼는 이유로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단가 때문'이라는 응답이 29.37%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감사에 대한 부담'(20.50%), '사용시간대의 제한 때문'(12.86%), '사용지역의 제한'(10.93%) 순이었다.

특히 풍속이나 보안 수사의 경우 감사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7년 기준 1인당 월평균 사건수사비 집행금액을 항목별로 보면 식사비가 17만5천여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증거수집비 16만2천여원, 진단감정비 14만5천여원, 수사재료비 14만3천여원, 전문가 자문료 13만7천여원 순이었다.

정보원비는 7만8천여원, 교통비 6만9천여원, 숙박비 6만1천여원, 위장거래비 5만9천여원으로 집계됐다.

대다수 수사관은 식사비를 비롯해 정보원비, 수사재료비, 증거수집비 등 비용에서 큰 폭의 증액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각각의 사건수사비 항목에 일선 수사관들이 원하는 증액 요구의 평균값을 반영한 적정 사건수사비는 실제 수사수사비의 약 3.3배 수준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사회의 복잡성 증대와 치안 수요에 대한 다양한 사회적 요구에 따라 수사비 수요 역시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