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29일(현지시간) 오후 9시께 한국인 33명이 탑승한 유람선이 침몰해 7명은 구조됐지만 7명이 사망, 21명이 실종되는 참사가 발생했다.30일 외교부에 따르면 참좋은여행사의 패키지 상품 일정으로 부다페스트를 찾은 한국인 33명은 유람선 ‘허블레아니’를 타고 관광을 하던 중 헝가리 의회와 세체니 다리 사이에서 대형 유람선과 추돌했다. 한국인 탑승객들은 단체 여행객 30명과 인솔자 2명, 사진작가 1명으로 확인됐다. 외교부와 여행사 측에 따르면 구조된 7명은 현지 병원 3곳에 나뉘어 치료를 받고 있다. 현지 구조당국은 전문 다이버를 동원해 실종자에 대한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으나 집중호우로 인해 강물이 불어나 수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부다페스트에는 시간당 10㎜가 넘는 비가 내렸다.이번 사고는 대형 유람선이 한국인 관광객이 타고 있던 유람선을 갑작스럽게 덮치면서 발생했다. 참좋은여행사는 “현지시간 오후 9시경 다뉴브강 투어를 마치고 돌아오는 중 막 출발한 다른 유람선과 부딪혀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허블레아니가 침몰했다”고 밝혔다. 다만 두 유람선이 왜 충돌했는지 정확한 경위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며, 배를 운전한 현지인 선장도 아직 발견되지 않은 상태다. 외신들에 따르면 침몰한 허블레아니는 사고발생 지점으로부터 약 5㎞ 떨어진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인근에서 발견됐다.침몰한 유람선에 탑승해 있던 한국인 여행객들은 주로 가족 단위로 9일 일정의 발칸 및 동유럽 4개국 패키지 여행에 나섰다가 참변을 당했다. 참좋은여행사에 따르면 관광객 30명은 9개 조로 6세 여자 어린이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돼 있었다. 이들은 지난 20일 출국해 동유럽 4개국, 발칸 국가 2개국 등 총 6개국을 여행한 후 다음달 2일 귀국할 예정이었다.참좋은여행사는 사고를 당한 여행객들의 가족 5명을 31일 새벽 1시 항공편을 통해 부다페스트로 출발할 예정이다. 이후 11명의 다른 가족들도 항공편이 확보되는대로 현지로 보낼 계획이다. 참좋은여행사 관계자는 “대한항공, 아시아나 등 업체에 최대한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헝가리 당국은 생존자를 찾기 위해 수십 명의 인력을 투입한 상태다. 외신들에 따르면 전문 소방관 96명과 소방차, 구급차, 레이더스캔 등의 장비가 구조작전에 투입됐다. 이 외에 군 병력과 잠수부, 수상경찰 등 수십 명의 구조 인력도 동원됐다. 구조와 수색 작업의 범위도 헝가리 쪽 다뉴브강 전체로 확대됐다. 그러나 불어난 강물로 인해 일부 구간에서는 구조 작업이 중지된 상태다. 외교부 관계자는 “한 달 동안 비가 많이 와서 강물이 많이 불었고, 유속도 빠르고 수온도 15도 이하로 아주 낮아서 구조작업에 어려움이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한편 정부는 중앙대책본부를 구성하고 외교통상부, 소방청 인원 19명으로 구성된 신속대응팀을 부다페스트로 급파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조찬 모임을 취소한 뒤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대응팀을 현지에 파견할 것을 지시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오후 일찍 출발해 부다페스트 현지 시간으로 오늘 안에 도착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며 “신속대응팀은 외교부와 소방청이 주축을 이루고 필요하면 관계 기관이 추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좋은여행사도 부사장을 포함한 10여 명의 대응 인력을 부다페스트로 급파할 것이고 밝혔다.궂은 날씨도 문제였지만 유람선 탑승시 안전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도 이번 사고를 키웠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현지 목격자들과 과거 여행객들 사이에선 당시 탑승객들이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았다는 증언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달 중순 다뉴브강 야경투어를 다녀왔다는 한 관광객은 “밤 10시께 배를 탔는데 배에 구명보트는 커녕 구명조끼도 안 주고 안전장치가 아무것도 없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광객은 “사고 시 대처요령을 안내하는 문구조차도 없었다”고 덧붙였다.호우로 강물이 불어났는데 무리하게 투어를 진행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침몰한 허블레아니는 1949년에 건조된 노후 선박인 만큼 철저한 안전관리가 필요한 데도 무리하게 운행을 했다는 지적이다. 여행사 관계자는 “기상상황이 아주 나빴다면 현지에서 취소 결정을 내렸겠지만 투어 자체가 흔하지 않은 기회다보니 관광객 요청에 따라 그대로 진행한 듯 하다”며 “구명조끼에 관한 사항에 대해서는 확인된 바가 없다”고 답했다.배태웅/노유정 기자 btu104@hankyung.com
강경화 장관 주재 대책회의…강경화 "최근 해외 사고론 유례없는 규모"최규식 헝가리 주재 한국대사는 30일 "(헝가리 당국이) 오늘 중으로 물속에 잠긴 사고 유람선을 인양하겠다고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최 대사는 이날 오후 강경화 외교부 장관 주재로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유람선 침몰사고 관련 대책회의에서 화상 연결을 통해 "(현지 당국이) 헬기를 곧 동원하겠다는 것을 밝혔다"며 이같이 말했다.최 대사는 헝가리 측에 헬기를 동원하고 사고 유람선 선내 수색을 우선적으로 해줄 것과, 앞으로 한국 구조팀이 현지에 도착하는 즉시 구조 및 수색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관련기관의 지원과 배려를 요청해 줄 것을 부탁했다고 밝혔다.그는 이날 이른 시각 헝가리 외교부 아태국장을 면담했으며, 현장에서 수색을 지켜본 헝가리 인적자원부 차관도 면담할 예정이라고 전했다.강경화 장관은 "우리 신속대응팀 1진이 현지로 출발했지만 후속대 파견을 포함해 대통령님의 지시사항이 신속하고 빈틈없게 이행될 수 있도록 본부와 현지공관 모두 총력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강 장관은 "최근 해외에서 일어난 우리 국민 피해 사건·사고로는 유례없는 큰 규모인 만큼 현 상황의 심각성에 대한 충분한 인식을 갖고 관련 실국을 중심으로 상시대응 체제를 유지해 달라"고 말했다.아울러 "금번 사고 대응 및 수습 과정에서 필요한 다뉴브강 유역 주변국들과의 국제공조에도 각별히 신경 써달라"고 덧붙였다.강 장관은 헝가리 당국과 협의 및 대응 지휘를 위해 오늘 저녁 부다페스트로 출발할 예정이다./연합뉴스
지난 29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 강에서 한국인 관광객 30여명이 탄 유람선이 침몰한 가운데 현지에선 무리한 관광 선박 운항으로 사고가 예견됐었다는 지적이 나왔다.헝가리 언론 인덱스는 이날 사고에 대해 야간 투어 인기가 높아지면서 관광 선박이 지나치게 늘어난 점이 사고의 원인 중 하나라는 분석을 내놨다. 인덱스는 “다뉴브 강 야경 투어 인기가 많아지면서 대형 크루즈들이 늘었는데 이들이 소형 선박의 시야를 가려 사고가 발생했을 수 있다”며 “비슷한 비극이 발생하는 건 시간문제였다”고 지적했다.27년 동안 다뉴브 강에서 배를 몰았던 안드라스 쿠블리는 인덱스에 “대기업들이 대형 선박을 사들여 운항을 늘리면서 밤마다 경쟁적으로 배가 떠다녔다”며 “매우 위험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이번 사고도 한국인들이 탔던 하블라니호는 소형 선박이었던 반면 충돌한 배는 95개 객실을 갖춘 대형 선박이었다. 같이 부딪친 크루즈선은 큰 피해가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헝가리 정부는 이런 위험에 대비해 야간에는 대형 선박들이 방향을 거꾸로 바꾸는 것을 금지하는 등 규정을 마련했다. 그러나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외교부에 따르면 한국시간 30일 오후까지 한국인 8명이 구조됐고 한국인 7명, 헝가리인 1명이 사망했다. 현재 한국인 19명, 헝가리인 1명 총 20명은 실종상태다.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