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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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의 핵심 인물인 건설업자 윤중천씨와 한상대 전 검찰총장 등 전직 검찰 고위 간부들 간 유착 의혹을 수사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이날 과거사위 발표는 ‘수사 권고’보다 다소 무게감이 떨어지는 ‘수사 촉구’ 차원이라 한 전 총장 등에 대한 수사가 실제 이뤄질 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사위는 29일 김 전 차관 사건의 심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한 전 총장 등 검찰 고위직 3명이 윤씨 관련 사건 처리 과정에 관여해 편의를 봐준 정황이 발견됐다며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당사자로 거론된 인물은 한 전 총장과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 박충근 전 춘천지검 차장 등이다. 과거사위는 이들 간부 3명에 대해 “‘윤중천 리스트’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윤씨와 유착 의심 정황이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과거사위에 따르면 한 전 총장은 2011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하면서 윤씨로부터 금품을 받고 당시 ‘한방천하 사건’으로 수사받던 윤씨 뜻대로 담당 검사를 변경해 준 의혹을 받는다. 윤 전 고검장에 대해선 윤씨와 골프를 친 정황 등이 확인된다며, ‘김학의 1차 수사’ 당시 최종 결재권자인 서울중앙지검 1차장으로 있으면서 윤씨 등에 대해 ‘봐주기’ 수사 지휘를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당사자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한 전 총장은 자신에 대한 ‘음해’라며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고검장도 과거사위 발표 직후 “윤중천을 전혀 모른다”면서 “(대검 진상)조사단 관계자들을 명예훼손등으로 고소하여 무책임한 행동에 엄중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선 ‘김학의 수사단’처럼 한 전 총장 등에 대한 별도의 수사단이 출범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검찰 관계자는 “한 전 총장 등에 대한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 확보가 다소 미흡하다고 판단해 과거사위가 ‘수사 촉구’에 머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 식구 봐주기’ 등 여론을 의식해 검찰이 달리 판단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날 과거사위는 과거 두 차례 이뤄졌던 김 전 차관과 윤씨 등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선 ‘부실수사’ ‘봐주기 수사’였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검사 직무 관련 범죄를 엄정히 수사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어 이 같은 부실수사 재발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이 외에도 △‘김학의 수사단’의 성역 없는 수사 △검찰 결재제도 점검 △성범죄 처벌 강화와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률 개정 등을 권고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