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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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가 만성적인 직장 스트레스로 인한 극도의 피로감을 뜻하는 ‘번아웃(burn-out)’을 공식적인 질병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27일(현지시간) AFP에 따르면 WHO는 지난 2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2차 WHO 총회 B위원회’에서 이 같이 발표했다. WHO는 이날 배포한 국제질병분류(ICD) 핸드북 개정판에서 번아웃을 고용 및 실업과 관련된 질병으로 분류했다.

번아웃은 주로 자신의 업무 성취도에 대해 지나치게 기대치가 높은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74년 미국의 심리학자인 허버트 프로이덴버거가 논문에서 처음 언급한 이후 40년간 활발히 연구됐다. 현대사회에서 가장 널리 퍼져 있는 정신건강 문제 중 하나로 여겨졌지만, 개념이 모호하고 우울증과 구분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그동안 공식적인 질병으로 분류되지는 않고 있었다.

WHO는 수십년 간 관련 연구를 진행한 끝에 번아웃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이 옳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WHO는 번아웃을 ‘성공적으로 관리되지 않은 만성 직장 스트레스에서 오는 증후군’이라고 정의했다. 구체적인 증상으로는 △에너지 고갈 및 만성적 피로 △직업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 증가 △직업과 관련된 부정주의나 냉소주의 △직업 효용성 감소 등을 언급했다.

WHO는 사망, 건강 위협 등의 주요 원인이 되는 새로운 현상을 발굴해 30년에 한 번씩 ICD를 개정한다. 이번에 발표된 ICD 제11차 개정판은 2022년부터 적용된다. 한국 정부는 이 내용을 한국표준질병분류(KCD)에 반영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ICD의 이번 개정 내용이 KCD에 반영되는 시기는 이르면 2026년이 될 전망이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