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직 근로자에게만 지급된 명절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보통 명절 상여금은 통상임금이 아니었다. 명절이 오기 전 퇴직한 사람에게도 그해 근무일수에 비례해 ‘떡값’을 챙겨줬을 때만 통상임금으로 인정됐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다. 단체협약 등에 “명절 상여금은 재직자에게만 준다”고 명시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되는 판결이 잇따르면서 기업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지난 10일 김모씨 등 갑을오토텍 근로자 297명이 회사를 상대로 “설·추석 상여금, 여름휴가비, 김장보너스 등을 포함한 통상임금을 기초로 법정수당을 재산정해 미지급한 임금을 지급하라”며 62억원을 청구한 소송의 재상고심에서 “(당해연도) 퇴직자에게 지급하지 않은 명절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원심 판단 부분을 확정했다.

사건의 핵심 쟁점은 설·추석을 앞두고 당해연도에 미리 퇴직한 사람들을 제외하고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된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다.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갑을오토텍 사건 상고심에서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기로 정해져 있는 임금은 ‘고정성’이 없어 통상임금이 아니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6년 만에 판단을 뒤집었다.

2015년 8월 파기환송심을 맡은 대전고법은 “퇴직자에게는 명절 상여금을 주지 않는다”는 노사 간 묵시적 합의나 관행이 있었다는 사정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2004년부터 10여 년간 생산직 근로자 중 명절 상여금을 받지 않은 퇴직자는 단 두 명에 불과하다”며 “이에 대해 해당 근로자와 노조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해서 노사 합의가 성립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극소수 퇴직자를 제외한 대부분 근로자가 고정적으로 상여금을 받았기에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재상고심을 맡은 대법원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이번 갑을오토텍 사건을 비롯해 대법원에 계류 중인 기업은행, 세아베스틸 관련 사건 등에서 쟁점은 ‘고정성’이다.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근로자가 초과근로를 제공할 당시 업적이나 성과, 기타 추가 조건과 관계없이 지급 여부가 확정된 임금을 고정성을 갖춘 통상임금으로 본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당시 엄격하게 규정했던 고정성을 완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단체협약 등에 재직 조건 등을 따로 명시하지 않은 정기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임금 채권의 소멸 시효는 3년이다. 법조계에서는 앞으로 3년치 ‘재직조건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라는 추가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상당수 회사가 명절 상여금에 대해선 관행상 재직자 요건을 굳이 명시해놓지 않고 있다는 게 법조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신연수/강현우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