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없는 보호관찰제…"1명이 128명 맡아"
지난달 시행된 ‘조두순법(특정 범죄자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법)’에 따라 재범 우려가 높은 미성년 대상 성범죄자는 전담 보호관찰관으로부터 하루 24시간 1 대 1 밀착 감시를 받게 됐다. 하지만 성범죄 불안감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조두순법 대상자가 전자발찌 착용자 3000여 명 가운데 5명에 불과해서다. 전자발찌를 차고도 성범죄를 저지르는 사건은 해마다 50건이 넘는다. 법조계 등에서는 올해로 30돌을 맞는 보호관찰제도가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상자 심층 관리는 언감생심”

실효성 없는 보호관찰제…"1명이 128명 맡아"
보호관찰은 범죄인을 교도소, 소년원 등에 구금하지 않고 보호관찰관 감독 아래 사회생활을 하면서 범죄예방 교육 및 사회봉사 명령 등을 마치도록 하는 제도다. 1989년 도입 초기에는 소년범 등이 주요 보호관찰 대상이었지만 성폭력, 가정폭력 사범이 추가됐고 지금은 벌금 미납자에 대한 사회봉사까지 보호관찰 범주에 포함됐다.

보호관찰 대상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24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보호관찰관 1명이 128명을 관리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보호관찰관 1명당 관리 대상자는 27명으로 한국의 21% 수준이다.

보호관찰 업무가 많다 보니 범죄인 교화와 범죄 예방을 제대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늘어나고 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보호관찰 효과를 보기 위해선 대상자의 범죄 전력과 치료 상황을 개별적으로 파악해 접근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재범 위험성 등을 감안해 보호관찰 대상자를 5단계로 나누고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면 보호관찰관이 최소 한 달에 네 번 이상 접촉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심층 관리하겠다는 목적에 걸맞지 않게 형식적인 절차에 그칠 때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소년비행 관리감독 강화 필요

이날 한국보호관찰학회 주최로 열린 ‘학회 창립 20주년, 보호관찰제도 3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도 이 같은 인력 문제가 지적됐다. 박찬걸 대구가톨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보호관찰관 등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한 상태에서 전자장치 부착 등 대상을 확대하면 범죄 억제력 및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승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형사법제연구실장은 “보호관찰 업무 대부분이 성인 보호관찰 중심으로 변모하면서 청소년비행의 특수성을 고려한 소년 보호관찰 관리감독 방안이 허술해졌다”고 밝혔다. 지난해 기준 소년 보호관찰 대상자의 재범률은 12.3%로 성인(5.6%)의 두 배 이상으로 높다. 법무부 관계자는 “행정안전부 등에 인력 충원 필요성 등을 꾸준히 호소하고 있다”면서도 “보호관찰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