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오는 11월부터 저항하지 않고 도주하는 용의자에겐 전자충격기, 삼단봉, 권총 같은 진압 장비를 사용하지 못한다.

경찰청은 최근 열린 경찰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경찰 물리력 행사의 기준과 방법에 관한 규칙’을 심의·의결했다고 22일 밝혔다. 이 규칙은 11월 하순부터 시행된다. 경찰은 용의자의 행위를 5단계로 나누고 각각에 대응하는 경찰의 물리력 수준을 세부적으로 규정했다.

경찰 신고를 받은 이가 경찰 지시를 따르며 순응(1단계)할 땐 경찰도 협조적으로 통제하지만 지시에 따르지 않는 2단계(소극적 저항)부턴 경찰이 물리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게 골자다. 팔을 잡으려는 경찰의 손을 뿌리치거나 도주할 땐(적극적 저항·3단계) 경찰이 관절을 꺾거나 넘어뜨릴 수 있고, 경찰에 폭력을 행사하려 할 땐(4단계) 경찰봉을 이용하거나 전자충격기를 꺼내 들 수 있도록 했다. 가해자가 흉기를 들고 제3자를 위협하는 등 치명적 공격이 예상될 땐(5단계) 권총으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

그동안 경찰 안팎에선 경찰의 물리력 행사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지난해 광주에서 발생한 이른바 ‘광주 집단폭행 사건’ 때나 최근 논란이 된 서울 대림동 여경 사건 역시 경찰이 제대로 물리력을 행사하지 않아 문제가 됐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