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고려대 비리 '솜방망이' 처벌
학생들 요구에 교육부 '침묵'
공염불 그치는 '사학혁신 정책'

박종관 지식사회부 기자
사립대 '회계 비리'에도 종합감사 외면하는 교육부

교의 부끄러운 회계 감사 성적표에 고려대 학생들이 들끓고 있다. 교내 곳곳에는 학교의 방만한 재정 운용과 회계 비리를 규탄하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었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지난 15일 “대학 본부는 자정 능력을 상실했다”며 교육부에 종합감사를 요구했다.

고려대에서 문제가 된 비리는 교육부가 지난해 6~7월 시행한 회계 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고려대의 재정 운용 실태는 수준 이하였다. 고려대 교직원 13명은 유흥주점 및 단란주점에서 22차례에 걸쳐 630여만원을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퇴임 교직원에게 선물하기 위한 황금열쇠를 개인 카드로 구매한 뒤 지출결의서를 꾸며 학교에서 돈을 돌려받기도 했다. 학생들을 위해 사용돼야 할 실험실습비와 학생지원비를 교직원 보직수당으로 지급한 정황도 드러났다. 22건의 회계 비리가 알려졌지만 징계는 초라했다. 대부분 주의·경고에 그쳤다. 교비를 유흥업소에 쏟아부은 직원들도 경고를 받고 끝났다.

주무관청인 교육부는 요지부동이다. 최기수 교육부 사학감사담당관은 “고려대 종합감사 계획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며 “추가 비리 제보가 있으면 종합감사를 고려해볼 수는 있다”고 했다.

교육부는 대학을 대상으로 부정기적으로 회계 감사를 한다. 비리제보가 있거나, 중요하게 들여다봐야 할 사안이 생기면 종합감사를 한다. 그러나 교육부의 종합감사 기능은 멈춰선 지 오래다. 고려대는 학교 설립 이후 단 한번도 교육부 종합감사를 받지 않았다. 회계 감사를 받은 것도 지난해가 처음이다. 연세대 서강대를 비롯해 사립대 111곳 역시 단 한 번도 종합감사를 받지 않았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최근 “문재인 정부 3년차 핵심 과제는 사학 혁신”이라고 밝혔다. 문제가 드러났는데도 추가 제보가 필요하다며 소극적인 대응을 한다면 ‘사학 혁신’이라는 말도 공허한 얘기가 될 수 있다.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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