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달라 떼쓰는 영유아…"하루 1시간 이상 보면 발달장애 위험"
스마트폰을 처음 사용하는 시기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 국내 만 3~9세 이하 어린이의 스마트폰 중독 비율은 2015년 12.4%에서 2017년 19.1%로 증가했다. 성인과 비슷한 비율이다. 어린이들의 스마트폰 이용률은 67.7%로, 10명 중 7명은 이미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아이가 울거나 떼를 쓰면 스마트폰으로 달래는 부모도 많다. 스마트폰, TV 등 자극적 화면을 보여주면 아이들의 주위를 쉽게 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른 나이에 장시간 자극적인 미디어에 노출되면 각종 발달장애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법 등에 대해 알아봤다.

1세 이하 사용금지 선언한 WHO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24일 어린이들의 스마트폰 사용에 관한 첫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만 1세 이하 어린이는 스마트폰 텔레비전 게임기 컴퓨터 등 전자기기 화면에 노출되는 것을 삼가야 한다. 만 2~4세 어린이는 하루 1시간 미만으로 사용 시간을 조정해야 한다. WHO는 신체 활동을 적절히 하고 잠을 충분히 자야 비만과 각종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권고했다. 방수영 을지대 을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스마트폰을 꼭 사줘야 한다면 중학교 1~2학년 때 사주는 걸 추천한다”고 했다.

뇌(대뇌피질)는 통합조절 기능을 하는 전두엽, 감각 기능을 하는 두정엽, 시각 기능을 하는 후두엽, 청각 기능을 하는 측두엽 등 4개의 엽으로 나뉜다. 전두엽은 생각하고 판단하는 등의 인지기능을 한다. 계획을 세우고 의사결정을 하는 것도 전두엽에서 담당한다. 전두엽은 청소년기에 성숙해지며 초등학생 시기는 아직 전두엽이 미성숙한 때다. 즐거운 것이 있으면 이를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스마트폰 사용 시기를 초등학교 졸업 이후로 늦춰야 하는 이유다.

영유아 사용하면 언어발달 지연

영유아 시기에 자극적인 전자기기에 노출되면 언어발달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김성구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팀은 최근 만 2세 이전 미디어에 노출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언어발달 문제로 병원을 찾은 아이의 63%는 하루 두 시간 넘게 만화 등 동영상을 봤다. 또 언어발달이 늦어지는 문제를 호소한 아이의 95%는 생후 24개월 이전에 각종 미디어에 노출됐다. 언어발달 지연으로 병원을 찾은 아이들이 가장 많이 본 동영상은 만화(39%)였다. 노래와 율동(37%), 동화(3.9%), 영어학습(2%) 등이 뒤를 이었다. 김 교수는 “미디어를 이용한 교육이 유익하다고 여기는 부모도 늘고 있지만 미디어에 일찍 오래 노출되는 것은 언어발달 지연의 위험인자”라고 했다. 특히 부모 없이 아이 혼자 미디어를 시청하면 언어발달에 더 부정적 영향을 준다. 그는 “너무 어린 나이에 미디어를 시청하면 부모와 소통하며 상호작용할 시간을 잃게 되고 창조적인 놀이를 못하게 된다”고 했다.

사람의 뇌는 사람과의 상호작용으로 활성화된다. 영상기기를 통해 뇌를 자극하면 상호작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미디어에 노출되면 시각중추만 자극하고 사고를 담당하는 전두엽은 활성화하지 않기 때문에 언어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더욱이 이들 영상물은 시청을 유도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극적인 흥미를 만들어낸다. 아이들이 스스로 지루한 것을 조절하는 연습을 할 기회가 줄어든다. 뇌가 성숙하려면 오감을 통해 보고 느끼고 경험해야 하지만 스마트폰을 지나치게 많이 쓰면 이런 기회가 제한된다. 전문가들이 집중력, 학습, 사회성 발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보상으로 스마트폰 주는 것도 삼가야

영상기기에 많은 시간을 의존할수록 신체활동은 덜 한다. 성장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 소아과학회는 영상기기를 많이 보면 공격적 행동, 비만, 수면장애 등의 위험이 커지고 신체활동, 즐거운 놀이시간 등이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이들이 하기 싫은 행동을 한 것의 보상으로 스마트폰을 주는 부모도 많다. 밥을 안 먹는 아이에게 밥을 잘 먹으면 스마트폰을 준다고 하거나 공부하기 싫어하는 아이에게 공부하면 스마트폰을 주는 것이다. 이런 인위적인 보상 방식은 오히려 스마트폰 금단현상을 불러올 위험이 있다. 보상 항목이 많아질수록 스마트폰을 더 많이 사용하게 되고 아이는 이전보다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줘야 만족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쓰지 않으면 불안함, 무력감, 초조함을 느끼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아이가 떼를 쓰면 부모 마음이 느슨해져서 허용해줄 때도 있다. 하지만 이때 아이는 ‘혹시 모를 행운이 따를 수도 있으니 다음에도 떼를 써보자’고 생각하게 된다. 방 교수는 “부모와 아이가 함께 정한 규칙을 일관되게 유지해야 아이의 조절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교육용 앱보다 아빠·엄마와의 활동이 중요

스마트폰 달라 떼쓰는 영유아…"하루 1시간 이상 보면 발달장애 위험"
스마트폰을 활용한 교육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만 3세까지의 아이는 신경세포 가지치기가 폭발적으로 일어난다. 이때 미디어로 지나치게 자극하면 아직 자라지 않은 묘목에 거름을 쏟아붓는 것처럼 과도한 자극이 될 위험이 있다. 아이가 심심해하는 것을 너무 무서워하지 말아야 한다. 아이가 심심해지면 창조적인 생각을 하고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생각한다. 사고력이 클 수 있는 시간이다. 부모와 함께 뒹구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 오감을 활용한 신체 활동을 함께해야 한다. 책을 만지고 읽고 말하고 느끼는 아날로그적 방식이 뇌에 더 좋은 자극을 준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이라면 하루 한 시간 넘게 스마트폰을 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청색광에 계속 노출되면 뇌는 이를 햇빛으로 착각한다. 수면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는다. 수면 시간대에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스마트폰을 보관하는 바구니를 준비해 부모 허락을 받고 쓰도록 하는 것도 좋다. 부모 허락을 받는 과정을 거치면 그만큼 접근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아이뿐 아니라 가족 모두가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시간을 마련해 지켜야 한다. 방 교수는 “아이와 함께 놀아 줄 수 있지만 그냥 편하니까, 그냥 좋은 것이 있어서, 내 시간이 필요해서, 다른 아이도 다 하니까 등의 이유로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주진 않았는지 되돌아봐야 한다”며 “어릴 때 부모와 질 높은 상호작용을 하는 것은 평생 예방주사와 같다는 불변의 법칙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bluesky@hankyung.com

도움말=방수영 을지대 을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소아청소년발달증진클리닉) 교수, 김성구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