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록 재판' 증인 출석 시민들…"우리가 봤고 총탄에 맞았다"
"5·18 헬기사격 부정 전두환, 역사와 국민에 죄짓고 있다"
"자기 양심에도 배반하는 일이겠지만 역사와 국민에 큰 죄를 짓고 있습니다."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 이광영(66) 씨는 13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전두환 회고록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며 헬기사격을 부정하는 전두환 전 대통령을 질타했다.

1980년 당시 승려였던 이 씨는 부처님오신날 행사를 준비하면서 광주 도심 곳곳에서 벌어지는 계엄군의 만행을 목격했다.

부상자를 실어나르고, 의약품과 혈액을 모으는 적십자 대원으로 활동하다가 계엄군의 집단발포가 이뤄진 5월 21일 척추에 총탄을 맞아 하반신이 마비됐다.

그는 국회 광주특위 청문회에 고(故) 조비오 신부와 함께 출석해 헬기사격 목격담을 증언하기도 했다.

이 씨는 국회 청문회 이후 30여년 만에 다시 쟁점으로 떠오른 계엄군의 헬기사격을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5·18 헬기사격 부정 전두환, 역사와 국민에 죄짓고 있다"
이 씨는 "제가 타고 다니는 적십자 차량을 향해 헬기가 집중적으로 사격했다"며 "우리 일행 중에 다친 사람은 없었는데 인도에 젊은 사람이 쓰러져 있어 우리가 광주적십자병원으로 이송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소는 월산동 로터리였고 그 이후 구시청 사거리에서 잠복 중이던 공수대원이 연발로 쏜 소총탄에 맞아 휠체어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씨와 함께 전두환 회고록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광주시민 남현애(61) 씨 또한 직접 목격한 계엄군의 헬기사격을 법정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증언했다.

남 씨는 "전남도청 앞 전일빌딩 쪽, 그 당시 노동청 건너편이었다"며 "헬기가 떠 있었는데 순식간에 몇 사람이 쓰러졌다"고 말했다.

그는 "몸속에 박혀있던 총탄 파편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며 "미국 무기실험연구소에서 보내준 파편 분석 자료를 지금도 원본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편은 지름 6.5㎜ 이상인 자동기관총에서 발사한 총탄의 조각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5·18 헬기사격 부정 전두환, 역사와 국민에 죄짓고 있다"
남 씨는 "수술해서 빼낸 총탄 파편을 대대로 간직해서 우리 자식들 주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조비오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전 씨는 민·형사 재판에 넘겨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