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사망 여배우 한지성 _ 사진은 사고 직전 2차로에 벤츠 차량을 정차시킨 모습 (출처 에펨코리아)
고속도로 사망 여배우 한지성 _ 사진은 사고 직전 2차로에 벤츠 차량을 정차시킨 모습 (출처 에펨코리아)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여배우 故 한지성의 남편 직업이 변호사인 것으로 밝혀졌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6일 경기 김포시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 김포공항 IC인근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한지성 남편 A씨는 유명 대학을 졸업한 30대 젊은 변호사로 전해졌다.

사고 당시 조수석에 타고 있던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소변이 급해 차량을 세우게 됐고 인근 화단에서 볼일을 본 뒤 돌아와 보니 사고가 나 있었다"면서 "한지성이 갓길이 아닌 고속도로 한가운데에 차를 세운 이유에 대해서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한지성이 차량에서 하차해 뒤쪽에 서 있다가 참변을 당한 이유에 대해서도 모르겠다"고 답했다.

A씨는 사고 당일 영종도에서 술을 마신 것으로 알려졌으며 "한지성의 음주여부에 대해서는 보지 못해서 알지 못한다"고 진술했다. 사고 당시 뒤에서 추돌한 택시 운전기사는 A씨에게서 술냄새가 난다고 증언했다.

한씨는 지난 6일 오전 3시 52분쯤 김포시 고촌읍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김포공항 IC인근에서 택시와 올란도 승용차에 잇따라 치이면서 사망했다.

경찰이 차량 블랙박스를 확인한 결과 한지성은 사고 직전 편도 3차로 고속도로에서 한가운데인 2차로에 자신의 벤츠 C200 승용차를 세운 뒤 비상등을 켜고 하차했다.

그는 A씨가 먼저 하차하고 난 뒤 운전석에서 내려 차량 트렁크 쪽으로 걸어갔고 몸을 숙이고 좌우로 비트는 행동을 한 직후 사고를 당했다. 경찰은 사고 차량 블랙박스에 소리가 녹음되지 않아 정확한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정황은 마침 현장을 지나던 목격자의 블랙박스에도 담겼다.

목격자는 멀리서 정차한 차량을 보고 "잠깐만 저거 뭐야? 비상등을 왜 켜고 다녀? 야, 뭐야 사람이. 뭐야?"라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이어 "토하고 있어"라는 음성이 들리고 이어 보여지는 후방 카메라에는 3차선으로 주행하던 차량이 속도를 줄여 멈추지만 잠시 뒤 뒤따르던 택시가 정차한 차를 피하려다가 2차로에 있던 한씨와 차를 들이받는 모습이 담긴다.

목격자의 블랙박스 영상에는 A씨가 뛰어가는 동안 이미 아내는 차량 밖에 나와있었고 가드레일을 뛰어넘은지 약 10초 후 뒤따라 오던 차량과 충돌이 일어났기 때문에 파손 소음등을 듣고도 사고가 난걸 용변을 보고 돌아온 뒤에야 알았다는 진술에 의구심이 들게 한다.
사진 연합뉴스 (인천소방본부 제공)
사진 연합뉴스 (인천소방본부 제공)
A씨의 진술을 확보한 경찰은 사고 전 이들 부부가 어디서 누구와 술을 마셨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카드 사용 내역과 술자리의 동석자 등을 확인하고 있다.

또 공개된 사고 당시 차량 블랙박스 영상에는 한씨가 2차로에 차를 세운 뒤 트렁크 뒤쪽으로 이동해 구토를 하는 것처럼 허리를 숙이는 장면이 나오지만 사고 현장에서 구토 흔적은 없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한씨의 정확한 부검 결과는 2주 정도 뒤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한씨에 대한 1차 구두소견으로 "온몸에서 다발성 손상이 보인다"고 경찰에 전달했다.

경찰은 한지성이 왜 차량을 2차로에 세웠는지, 또 왜 차량 밖으로 나왔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부검을 통해 한지성의 정확한 사망 원인과 당시 몸 상태가 확인이 되면 남편을 불러 다시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확한 부검 결과는 2주 정도 뒤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인철 법무법인리 대표변호사는 "정말 미스터리한 사건이다. 사건의 경위가 정확히 파악되지않고 있다"면서 "의문스러운 점은 차량을 고속도로 중간에 세운 점, 아무리 용변이 급해도 그렇게 위험한 상황에 정차한 점, 음주여부 및 다른 진술이나 행동이 이해가 되지않는 것 투성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이 그렇다는 것은 단정할 수 없지만 필자가 상담한 사건 중에 부부싸움을 심하게 해서 도로 중간에서 자발적으로 내리거나 상대방을 내리게 하거나 차안에서 몸싸움까지 하는 경우가 있었다"면서 "결국 이 사건은 진술이나 증거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 미제사건으로 될 가능성이 있다. 수사기관의 철저한 수사로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부지간은 서로 삶의 가장 내면적인 부분을 알고 있는 세상에서 제일 가까운 사이인데 지금 남편의 진술은 오로지 모른다는 식이다"라면서 "이는 일관된 책임의 부정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형사상 책임의 부정일 뿐만 아니라 민사 책임도 애당초 없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내가 2차선에 세우라 하지 않았고 내가 내려라 하지 않았으며 사고를 인지 못했으니 구조할 의무도 없다, 아내 술 마신것 모르니 혹시나 제기될 음주 방조도 아니다라는 뜻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혹시나 문제제기가 가능한 모든 혐의를 차단할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이다.

승 연구위원은 "부인이 사망했는데 남편의 진술에 따르면 자신이 소변이 마려워 부인이 차를 급하게 세운 것이니 이것이 부인 사망의 절대적 원인이다"라면서 "사건 책임 여부는 좀 더 조사가 이뤄져야 하겠지만 남편은 본 사건의 전체 스토리를 남김없이 진술해야 한다. 그것이 남편의 도리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2010년 4인조 걸그룹 비돌스(B.Dolls)로 데뷔한 한지성은 2011년까지 활동하다 이후 배우로 전향했다. 그는 드라마 ‘끝에서 두 번째 사랑’, ‘해피시스터즈’, 지난 4월 개봉한 영화 ‘원펀치’ 등에 출연했다. 지난 3월 9일 A씨와 결혼했으며 약 두 달 만에 참변을 당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