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은 초대 회장 "융합 인재 키우려면 문·이과 구분 없애야죠"
“한국처럼 융합 키워드를 내세워 대학에 학과를 개설하고 관련 단체까지 설립한 나라는 없습니다. 이 기회를 잘 살린다면 독창적인 융합강국을 실현할 수 있을 겁니다.”

김상은 미래융합협의회장(61·사진)은 “한국만의 융합문화를 잘 가꿔나가면 세상을 놀라게 하는 혁신기술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미래융합협의회는 국내 융합연구·교육·정책 관련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출범한 사단법인이다. 에어비타, 웰트, 스탠다임 등 기업은 물론 대학 연구소 등 112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분당서울대병원 핵의학과장,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지낸 김 회장이 초대 회장을 맡았다. 그가 전공한 핵의학은 대표적인 융합의학 분야다. 그는 “핵의학은 임상의학에 속하지만 의학, 약학, 화학, 공학, 인지과학, 심리학, 데이터사이언스 등이 어우러져 발달했다”며 “핵의학 연구를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와 만나는 것이 중요해 자연히 융합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했다.

김 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융합형 인재는 서로 다른 지식 분야의 장벽을 극복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공감과 소통의 오픈 마인드’를 지닌 인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계를 허무는 것은 물론 다른 사람의 것을 인정하는 자세도 중요하다. 그는 “예전에는 기술 하나로 먹고살았지만 이제 기술만으론 안 된다”며 “내가 제일 잘났다, 내가 옳다고 주장하는 인재는 더 이상 필요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공계 연구를 예로 들었다. 기술을 개발해 특허 내는 것에서 끝나면 안 된다고 했다. 이를 활용해 혁신하려면 사회적으로 기술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는지, 법 제도는 잘 갖춰졌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생각하는 혁신은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세상이 인정하는 가치있는 서비스로 시장에 내놓는 것이다. 김 회장은 “진정한 융합은 과학기술 사이의 융합뿐 아니라 과학기술, 인문사회, 법 제도 등이 어우러지는 거대융합”이라고 했다.

한국은 인문사회, 문화예술, 과학기술 등을 함께 교육받는 기간이 짧다. 인격이 형성되고 학문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는 고등학교 때부터 문과계, 이과계로 나뉘어 교육받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문·이과 구분없이 함께 교육해야 한다”며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 다른 공부를 하는 사람, 다른 분야의 지식을 추구하는 사람과 항상 대화하고 어울려야 한다”고 했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는 “기술을 개발하는 부서도 경영이나 마케팅을 하는 부서 사람들과 어울려야 시장에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 수 있다”며 “이것이 융합의 시작”이라고 했다. 정부 역할도 중요하다. 김 회장은 “융합을 위한 제도적 인프라를 구축하고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은 정부 몫”이라고 지적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