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부터 전국 4만여개 편의점에서도 간편결제 서비스 ‘제로페이’를 사용할 수 있다. 결제 과정도 스마트폰으로 QR코드(또는 바코드)만 보여주면 되는 방식으로 간편해졌다. 서울시는 결제 빈도가 높은 편의점에서 제로페이를 사용하게 되면서 그간 시범사업으로 진행하던 제로페이도 본사업으로 접어들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간편결제 업체들 사이에선 수수료 수익 배분, 마케팅 비용 부담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서울시, 2일부터 전국 편의점서 제로페이 가능…'결제업체에 비용전가' 논란 여전
◆제로페이 가맹점수 22만여개로 확대

서울시와 중소벤처기업부는 2일부터 CU,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이마트24 등 전국 4만3171개 편의점에서 제로페이를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씨스페이스 편의점은 이달 중순 제휴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제로페이 도입으로 편의점주 등 소상공인들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연 매출 8억원 이하 편의점에서 제로페이 결제 수수료율은 0%로 이 구간에 해당하는 편의점들이 절반 이상이기 때문이다.

편의점에서 제로페이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제로페이 가맹점 수는 베스킨라빈스, 던킨 직영점 등을 포함해 22만여개로 늘어났다. 서울시 관계자는 “74개 프랜차이즈도 향후 제로페이에 참여할 의사를 밝혔다”며 “제로페이 가맹점 수는 더욱 가파르게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근거리무선통신(NFC) 등 결제 방식을 늘려 오는 7월 택시에 제로페이를 도입하고,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 등 배달앱에서도 제로페이를 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정부는 상반기 중 법인용 시스템을 구축해 48개 중앙정부, 광역·기초자치단체의 업무추진비도 제로페이로 결제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조례 개정을 통해 제로페이로 결제하면 서울대공원, 서울식물원 등 시설별로 5~30%의 할인혜택을 제공한다.

◆참여업체들과 ‘동상이몽’

서울시는 리브제로페이(국민은행) 네이버페이(네이버) 머니트리(갤럭시아) 체크페이(쿠콘) 등의 서비스에 탑재된 제로페이를 사용해 편의점에서 결제한 소비자에겐 물건 가격을 깎아주거나 쿠폰을 제공하는 등의 프로모션을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마케팅 비용은 각 결제사업자와 프랜차이즈의 몫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결제사와 프랜차이즈가 배분해 비용을 부담하고 서울시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로페이 사업에 참여한 업체 관계자는 “100% 자발적으로 프로모션을 한다면 거짓말”이라며 “제로페이 참여 기업들 중에선 오프라인에서 간편결제를 확대해야할 필요가 없는데 마케팅 비용을 부담해야해 불만인 곳들도 있다”고 했다.

수수료 수익 배분을 위한 결제사업자, 밴(VAN·부가가치통신망)사, 단말기 사업자(포스사)간의 계약이 아직 맺어지지 않은 것도 문제다. 체크카드와 같은 계좌결제 기반의 제로페이는 가맹점에게 받는 수수료 수익을 결제사업자, 밴사와 포스사가 나눠야 갖는 구조다. 제로페이 편의점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한 한 밴사 관계자는 “수수료를 어떻게 나눌지의 문제는 뒤로 미뤄둔 상태”라며 “제로페이 수수료율이 체크카드 수수료율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수익이 적어질 게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10억원의 연 매출을 올리는 편의점에서 제로페이로 결제하면 수수료율이 0.3%로 체크카드의 수수료율(1.3%)보다 1.0%포인트 낮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사업에 참여한 일부 회사들은 제로페이가 활성화할수록 기존 사업의 수익성이 악화해 동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추가영/김대훈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