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재판부는 음란행위 여부·2심은 음란행위 기준 판단
'발코니 알몸 노출' 1심 무죄·2심 유죄 달랐던 이유는?
대낮에 호텔 발코니에 나체로 서 있던 30대 남성이 공연음란 혐의로 대법원에서 벌금형이 확정된 가운데 앞서 유무죄가 엇갈렸던 1·2심 판결에 관심이 쏠린다.

대법원 3부는 2017년 야외수영장이 내려다보이는 호텔 6층 객실 발코니에 나체로 서 있은 혐의(공연음란)로 기소된 A(39)씨 상고를 기각하고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A씨 사건이 비교적 가벼운 형이 선고된 사건에 해당하고 원심의 사실오인 등 구체적인 주장 없이 단순히 사실인정을 다퉈 적법한 상고 대상이 아니라며 기각했다.

대법원이 A씨 행위에 대해 유무죄 판단을 하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무죄를 선고했던 1심과 벌금형을 선고한 2심은 변경된 검찰 공소사실에 따라 각각 다른 판결을 내렸다.

◇ 1심 "음란행위 오인 가능성"
애초 이 사건은 호텔 야외수영장에 있던 여성이 호텔 발코니에서 A씨가 음란행위를 한다고 경찰에 신고한 것이 시작이었다.

1심인 부산지법 동부지원은 "목격자가 A씨 손이 중요 부위 근처에 있는 것을 보고 당황한 나머지 음란행위를 한다고 오인했을 가능성이 있고 함께 투숙한 아내가 있는데 음란행위를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 아내는 '남편이 나체로 방과 발코니를 오갔지만, 음란행위를 하지 않았고 발코니에 나체로 나가는 것을 조심했어야 했는데 고의가 없었다'고 진술한 점 등을 보면 음란행위를 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 2심 "알몸 노출 자체가 음란행위"
반면 2심은 음란행위 여부가 아닌 발코니에서 알몸을 노출한 행위 자체를 음란행위로 판단했다.

이는 검찰이 항소하면서 1심과 달리 A씨가 호텔 발코니에서 나체를 서 있는 행위가 음란행위에 해당한다고 공소사실을 변경했기 때문이었다.

2심 부산지법 형사3부(문춘언 부장판사)는 "A씨는 한낮 여러 사람이 통행하는 야외수영장이 보이는 발코니에서 상·하의를 벗은 상태로 중요 부위까지 노출했다"며 "이는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고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음란행위"라고 판결했다.
'발코니 알몸 노출' 1심 무죄·2심 유죄 달랐던 이유는?
재판부는 "A씨는 호텔에서 하룻밤 투숙하며 외부에서 발코니가 관찰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도 중요 부위를 가리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은 점과 노출 시간(3∼4분) 등을 고려하면 행위의 고의성도 인정된다"고 무죄를 선고한 1심을 파기했다.

◇ 법조계 "법원은 공소사실만 심판, 상반된 판결 아냐"
이번 판결에 대해 부산의 한 법조인은 "법원은 검사가 신청한 공소사실에 대해서만 심판한다(불고불리의 원칙)"며 "검찰이 1심에서는 구체적인 음란행위 여부를, 2심에서는 나체 노출이 음란행위에 해당하는지를 공소사실에 넣어 법원이 판결한 것일 뿐 상반된 판결을 내렸다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심이 음란행위 여부가 아닌 2심처럼 나체 노출이 음란행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했다면 다른 판결이 나올 수도 있다"며 "이번 대법원 판결로 호텔 발코니에 알몸으로 몇분간 서 있으면 공연음란죄로 처벌받을 수 있는 판례가 성립된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