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우성 간첩조작 사건' 비공개 증언 등 언론에 제공 혐의
비공개 재판 증언 유출한 국정원 前간부들, 법정서 혐의 부인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 재판의 비공개 증언을 언론에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국가정보원 전직 간부들이 첫 재판에서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단독 문경훈 판사는 30일 국가정보원직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국정원의 서천호 전 2차장과 이태희 전 대공수사국장, 하경준 전 대변인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이들은 2014년 3월 유우성 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탈북자 A씨의 비공개 증언 내용 및 탄원서 등을 한 일간지에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서 전 차장이 이 전 국장과 하 전 대변인에게 A씨 비공개 증언이 언론이 보도될 수 있도록 추진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했다.

서 전 차장의 지시를 받은 이 전 국장은 직원에게 관련 자료를 대변인실에 보내라며 전달했고, 이 직원은 자료를 대변인실에 넘기며 언론 보도를 요청하 것으로 조사됐다.

하 전 대변인은 한 일간지에 자료를 제공하라고 지시했고, 관련 내용이 해당 일간지 2014년 4월 1일 자에 보도됐던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서 전 차장과 하 전 대변인은 "지시하거나 지시받은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 전 차장 측은 "수사국장에게든 대변인에게든 관련 문건을 유출해도 좋다고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이 전 국장과 하 전 대변인도 피고인으로부터 지시받은 적이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직원들이 차장님 지시로 문건을 유출했다고 진술했으니 차장님도 진술하시죠'라는 검사의 질문에 '오래돼서 기억이 없지만, 부하들이 진술했다면 맞지 않겠느냐'고 가정적으로 답변한 바 있는데 다시 기록을 보며 기억을 상기해보니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앞선 진술을 번복했다.

하 전 대변인 측도 "서 전 차장으로부터 관련 지시를 받거나 밑의 직원으로부터 언론 보도 요청을 보고받은 사실이 없다"며 "언론에 자료를 제공했다는 것은 보도가 나간 후에야 알게 됐다"고 밝혔다.

다만 이 전 대공수사국장 측은 "수사국장으로서 보관된 탄원서를 대변인실에 제공한다는 보고를 받은 바 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이 전 국장 측도 "자세한 경위는 기억나지 않는다"며 "보고받은 것이 언론사에 주기 전인지 이후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만약 사후보고라면 언론사에 대한 자료 제공을 수사국에서 막을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고인들은 또 A씨의 비공개 증언 및 탄원서를 언론에 제공한 것이 국가정보원직원법 위반인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 전 대변인 측 변호인은 "국가정보원직원법의 직무상 비밀은 실질적으로 보호 가치가 있는 내용이나 국가 안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에 해당한다"며 "증인을 보호하지 못해 재판 기능을 침해했다는 것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