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창이 청정구역이라 가재도 살겠네.”

현직 변호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달려 있는 댓글로, 악플 없이 칭찬 일색의 반응을 얻고 있다는 뜻이다. 해당 변호사는 유튜브를 통해 사무실에 출근하는 모습이나 해외 워크숍에 참석하기 위해 공항으로 가는 길까지 드러내면서 대중과의 친밀함과 관심을 끌어냈다. 지금까지 조회 수 194만 회에 댓글 1만여 개를 확보했다.

변호사도 튀어야 산다…유튜브·SNS 등 '홍보전' 후끈
예전에는 이 같은 대외 활동을 하는 변호사들이 많지 않았다. 변호사들의 격조와 품위를 떨어뜨린다는 이유다. 요즘에는 톡톡 튀는 방법으로 ‘마케팅 열전’을 치르는 변호사들이 늘고 있다. 변호사 수 2만5000명 시대의 생존 전략이다.

최근 현직 변호사 두 명은 1인 방송 기획사(MCN) 트레져헌터 소속의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됐다. 유튜브 개인채널을 개설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MCN 전문 크리에이터로 변신한 셈이다. 트레져헌터는 구독자가 100만여 명에 달하는 유명 유튜버인 김이브, 양띵 등이 속해 있는 회사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해 얼굴을 알리려는 변호사들도 줄을 잇고 있다.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 ‘이혼소송’ 등을 검색했을 때 특정 변호사의 블로그로 바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광고대행사만도 10여 곳에 달한다. 이런 대행사들은 검색이 잘 되는 키워드 등을 이용해 블로그를 관리해 주고 변호사 프로필 사진의 스튜디오 촬영까지 챙긴다. 추가 비용을 내면 페이스북 계정까지 관리해 준다.

변호사 마케팅 경쟁에 불이 붙은 것은 변호사 수 급증이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 2011년 1만2607명이던 변호사는 2019년 2만5880명으로 두 배 늘었다. 로스쿨을 졸업했지만 법원이나 검찰, 대형 로펌 등에 가지 못하고 소형 법무법인에 취업하거나 개업에 나서는 ‘새내기’ 변호사들이 많아지면서 마케팅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

검색광고마케팅업계 관계자는 “신규 개업 변호사들을 중심으로 하루 3~4건씩 전화가 걸려온다”며 “로스쿨을 졸업하기 전부터 어떤 서비스를 해 주는지, 단가는 얼마인지 등을 물어오는 학생들도 있다”고 말했다.

마케팅에 목을 매는 변호사업계 모습은 대한변호사협회 징계에서도 확인된다. 최근 6년간 대한변협 변호사징계위원회가 결정한 683건의 징계 사유 가운데 1위는 변호사업무광고규정(전체의 28%)이었다. 광고규정 위반으로 인한 징계 건수는 2015년까지 10건을 밑돌았지만 2016년 58건, 2017년 78건으로 늘었다. 대한변협에 전문 분야 등록을 하지 않고 광고에 ‘전문’이라고 쓰거나 변호사 광고에 써서는 안 되는 ‘최고’ ‘유일’ 등의 표현을 사용해 징계받은 것이 대부분이다.

조아란 기자 ar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