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에서 분쟁 발생 시 당사자 간 합의(조정)에 법적 강제성을 부여하자는 ‘싱가포르 국제협약’에 한국이 참여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법무부가 협약 가입을 저울질하기 위해 의뢰한 연구용역 보고서에서다. 보고서는 싱가포르 협약을 맺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국제상사분쟁조정센터를 세워 한국이 동북아시아 분쟁 조정의 허브로 도약해야 한다는 방안까지 제시했다.

▶본지 4월 15일자 A28면 참조

28일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법무부의 ‘동북아 분쟁 조정 허브 도입 방안’ 연구용역 보고서는 한국이 국제적인 흐름에 발맞춰 싱가포르 협약에 가입하는 게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국제 상거래에서 분쟁이 늘어나고 있는 데다 중국과 일본 러시아 등 인접 국가들도 분쟁을 조정으로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법무부는 오는 8월 7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조정 관련 국제 협약의 가입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지난해 한국조정학회에 용역을 맡겼다.

조정은 판사나 중재인 등 제3자의 판단 없이 당사자 간 합의만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방식이다. 유엔국제상거래위원회(UNCITRAL)는 오는 8월 조정에 법적 권한을 부여하는 싱가포르 협약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이 협약에 가입하면 조정은 전 세계 협약 체결국에서 법원 판결과 같은 지위를 인정받는다.

보고서는 한 발 더 나아가 상사조정기본법(가칭)을 제정하고 국제상사분쟁조정센터를 설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구 책임자인 박노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싱가포르와 홍콩은 국제 중재와 조정을 부가가치가 높은 법률서비스산업으로 인식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며 “우리도 동북아 법률서비스산업의 중심으로 부상하기 위해 준비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