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윗선 손도 못대고 끝난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
산하기관 부당 인사개입 혐의
檢, 김은경·신미숙만 재판에
문재인 정부 임명 장관 첫 기소
서울동부지방검찰청 형사6부(부장검사 주진우)는 25일 직권남용·업무방해·강요 등의 혐의로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을 불구속 기소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장관이 기소된 것은 처음이다. 그러나 검찰은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등 의혹으로 고발된 조국 민정수석·임종석 전 비서실장·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이인걸 전 특감반장은 무혐의 처분하기로 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지난해 12월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검찰 수사관)이 처음 제기했다. 청와대가 민간인을 사찰하고 여권 비위 첩보를 묵살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김 전 수사관은 지난해 12월 26일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관련 동향’ 문건을 공개했다. 이 문건에는 환경부 산하 8개 기관 임원 24명의 임기와 함께 사표 제출 여부가 기재돼 있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은 2017년 12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환경부 직원들을 시켜 지난 정권에서 임용된 산하 공공기관 임원 15명에 대한 사표 제출을 요구했다. 이로 인해 결국 환경공단 이사장 등 임원 13명이 사표를 제출했다. 지난해 7월 청와대가 추천한 환경공단 상임감사 후보 박모씨가 임추위 서류심사에서 탈락하자 임추위 면접심사에서 ‘적격자 없음 처리 및 재공모 실시’ 의결이 이뤄지도록 조치했다. 김 전 장관은 박씨의 임추위 서류심사 탈락을 이유로 환경부 운영지원과장과 임추위 위원으로 참여했던 환경부 국장에 대해 문책성 전보인사를 냈다. 신 전 비서관은 박씨가 탈락하자 환경부 운영지원과장에게 ‘깊은 사죄, 어떠한 책임과 처벌도 감수, 재발 방지’ 내용이 담긴 소명서를 작성하도록 강요하기도 했다.
한국당 “봐주기 수사, 특검 요청할 것”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신 전 비서관 윗선이 개입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조 수석에 대한 소환조사를 적극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달 26일 법원은 검찰이 제기한 혐의 대부분을 인정하지 않고,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면서 수사는 동력을 잃었다. 검찰 관계자는 “두 차례 청와대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직권남용과 관련된 공모관계를 입증하기가 어려워졌다”며 “(그로 인해) 더 이상 수사가 진행되지 못한 점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검찰이 신 전 비서관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하자 한국당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청와대가 비서관만 잘라내고 조국·조현옥 수석을 유임시킨 것은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며 “한국당은 이번 사건에 대한 특검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주현/김소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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