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새 아이디어 샘솟게 하는 리더가 혁신의 동력"
“참신한 아이디어가 나오는 환경을 왜 만들지 못했는지 그 원인을 파악하는 게 혁신의 출발입니다.”

지난 24일 서울대 글로벌공학교육센터 강단에 선 신학철 LG화학 부회장(62·사진)은 ‘혁신’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거나 지난한 과제로만 인식해선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대 공대에 개설된 ‘기계산업경영1’ 수업의 2시간짜리 강의였지만 학생들에게 ‘혁신’의 참의미를 알기 쉽게 풀어줬다.

글로벌 기업 3M의 수석부회장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인 그는 지난 1월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영입됐다. 신 부회장은 “LG화학에 온 뒤 직원들에게 ‘왜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지’ 묻지 않았다”며 “그 이전에 ‘왜 아이디어가 나오는 환경을 만들지 못하는지’ 고민하는 문화로 바꾸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것이 자신의 첫 ‘변화 경영’ 시도라는 것이다.

신 부회장은 강연에서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100년 이상 지속하는 기업을 만들려면 반드시 ‘혁신’이 필요하다”며 “리더가 만드는 문화가 조직의 혁신을 결정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세계적 혁신기업 3M이 1948년부터 신주단지처럼 받들고 있는 ‘맥나이트 원칙(McKnight Principles)’을 예로 들었다. 이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절대 죽여서는 안 되며, 실수를 용인하고 책임을 묻지 않는 문화를 의미한다. 그는 “기발하고 엉뚱한 아이디어가 10만 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라며 “혁신의 힘이 3M, 구글 등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켰다”고 말했다.

신 부회장은 “공급과잉 시대가 도래하면서 정보와 서비스의 가격이 점차 ‘0’으로 수렴하는 등 과거 경영 환경과 다른 혼돈의 시대가 오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리더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기업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계했다.

신 부회장이 꼽은 진정한 리더의 자세는 ‘겸손’과 ‘배움’이다. 조직의 리더라면 겸손한 마음으로 자신을 낮추고 항상 배우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아침마다 수만 명 직원들의 앞날을 결정할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며 “매일 공부하지 않는 리더는 직원들을 이끌 자격이 없다”고 했다.

신 부회장은 최고경영자(CEO)가 갖춰야 할 몇 가지 소양도 덧붙였다. 그는 “CEO는 자기가 속한 조직과 사회에 대해 올바른 가치관을 가져야 한다”며 “풍부한 경험을 통해 산업을 바라보는 통찰력도 필수”라고 말했다. 그는 “여기에 경영 전략과 비즈니스 능력을 겸비해야 한다”고 했다. 1979년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신 부회장은 후배들에게 “한국은 아직 시장이 좁다”며 “꿈을 펼칠 무대로 세계 시장을 선택하기 바란다”고 조언하며 강연을 마쳤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