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헛바퀴만 돈 '장밋빛 청사진'

발끈한 인천시
세브란스병원 건립 지연
R&D 파크 조성도 불발
[단독] 첨단산업 클러스터라더니…연세대 송도캠퍼스 '용두사미'

송도를 첨단산업 클러스터로 조성하겠다며 송도 국제캠퍼스 사업을 시작한 연세대가 사업 진행에 또다시 난항을 겪고 있다. 연세대는 2010년 송도를 첨단산업 클러스터로 조성하겠다며 수천억원을 인천시로부터 지원받은 후 약속한 사업 중 기숙사 건립만 이행하고 나머지 사업은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인천시에서는 “첨단산업 클러스터 조성이라는 국제복합단지 개발사업의 본래 취지는 고사하고 제대로 된 대학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투입된 토지와 자금(4200억원)을 생각하면 너무나 초라한 결과”라는 불만이 터져나온다.

“복합단지 조성, 기숙사로 전락해”

인천시의회 송도 세브란스병원 건립 현안 점검 소위원회는 최근 “송도국제화복합단지 사업이 당초 취지와 달리 진행되고 있다”며 “연세대 측이 10년 전에 약속한 연구개발(R&D) 단지 등 첨단산업 조성과 병원 건립은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내용의 점검 결과 보고서를 채택했다. 송도국제화복합단지 사업은 인천경제청과 연세대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인 송도국제화복합단지개발이 수익용 부지(26만4000㎡)를 개발한 이익으로 연세대 국제캠퍼스를 조성하고, 연세대 측은 병원과 바이오산업 연구소 등을 유치해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연세대는 2008년 인천시로부터 공급받은 약 66만㎡(20만 평) 토지에 △연세대 송도캠퍼스 조성 △외국 대학과의 조인트 유니버시티 조성 △R&D 파크 조성 △세브란스병원 건립(2010년 재협약) △해외기관 유치를 위한 재단 설립 등을 이행하기로 했지만 이 중 실행에 옮긴 건 송도캠퍼스가 유일하다. 송도 기숙사에 거주하는 전체 6000여 명의 학생 중 90%에 달하는 5380여 명의 학생이 1학년 학생들이라 연구단지 조성이라는 당초 취지에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약학대학 264명과 글로벌융복합학부 184명을 제외하면 연구인력이 없어 사실상 연세대 측이 이행한 게 없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연세대가 협약을 이행하지 않은 것은 재원으로 쓰기로 약속한 송도 부동산 개발수익이 예상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천시와 연세대는 수익부지로 공급한 26만㎡(8만 평)에서 1조원의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 중 6500억원을 연세대 국제캠퍼스 1단계 조성사업에, 나머지 3000억원을 해외 연구소 유치를 위한 재단 조성에 쓰기로 했다. 하지만 부동산 불경기 여파로 개발수익이 4200억원에 그치면서 송도 세브란스병원뿐 아니라 다른 사업까지 좌초됐다. 결국 1단계 사업을 위해 공급받은 부지의 3분의 1에 달하는 33만㎡(10만여 평)은 나대지로 방치됐다.

새로 제시한 계획안도 기대 못 미쳐

연세대 측에서 지난해 송도국제화복합단지 2단계 사업으로 약속한 계획안도 미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단계 사업의 핵심은 연구단지인 사이언스파크 조성사업이다. 이를 위해 인천시는 지난해 3월 33만㎡의 부지를 연세대에 제공하는 협약을 맺었다.

사이언스파크는 연세대가 1년 전인 지난해 3월 2단계 협약으로 새로 공급받기로 한 교육연구부지 13만8000㎡(4만2000평)에 조성하기로 한 바이오 중심 산·학·연 연구단지다. 현재까지 연세대가 유치한 연구기관은 두 곳에 불과하다. 연세대는 중국 인공지능(AI) 기업인 센스타임과 도시첨단산업센터를 구축하는 내용의 협업의향서(LOI)를 체결했고, 국내 바이오 기업 한 곳과 연구소 구축을 위한 협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2단계 사업에서 수익용 토지 비중이 대폭 늘면서 사업 목적이 연구단지 조성이 아니라 주거단지 조성으로 바뀌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당초 협약 대비 수익용 토지 비율이 27%에서 59%로 늘었고, 교육연구용 토지의 비율은 63%에서 41%로 줄었다.

1단계 사업에서 완료되지 않은 사업들도 대거 2단계로 넘어왔다. 조인트 유니버시티 사업과 R&D 단지 조성사업, 세브란스병원 건립 등이다. 조인트 유니버시티 사업은 현재 연세대가 중국 난징대와 사업 진행을 위해 협의 중이다. R&D 파크 사업을 위해 연세대는 당초 10개 연구기관 유치를 약속했으나 현재 8개 기관만 끌어들이는 데 그친 상태다. 이마저도 연구기관이라고 부를 만한 곳은 독일 프라운호퍼 협력 소재분야 연구소가 유일하다.

송도 세브란스병원은 연세대 측이 2025년까지 준공하기로 약속했지만 이행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세대 관계자는 “병원은 비영리법인으로 한 해 거두는 순이익이 40억원에 불과한 데다 송도 세브란스병원 건립 이후 운영비도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로 병원 내부 반발이 만만치 않다는 설명이다.

인천시 측은 사업이 1차 사업 때처럼 좌초될 것을 우려해 지난해 3월 체결한 2차 협약에 위약조항을 요구했고, 연세대는 이를 잠정 수용했다. 위약조항에는 2025년까지 송도 세브란스병원이 준공되지 않으면 교육연구부지뿐 아니라 수익부지로 받은 19만㎡(6만 평)를 포함한 2단계 사업 부지 전체를 환수할 수 있다는 조항이 들어갔다. 준공 기한보다 1년 지체될 때마다 연간 15억~20억원의 위약금을 내는 조항도 포함됐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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