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대-UCLA 공동 심포지엄

'폐 이식 수술의 현재와 미래' 좌담회

폐는 외부와 통하는 장기…이식 후 감염 위험 높아
미국선 '생체외폐순환법' 통해 폐 상태 그대로 유지
"EVLP로 폐 이식 성공률 높여…5년 안에 인공 폐 개발될 것"

폐섬유증,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으로 폐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환자에게 폐 이식은 생명을 살리는 마지막 도구다. 하지만 이식 수술 성공률은 높지 않다. 뇌사자로부터 폐를 떼어낸 뒤 건강한 상태로 보존하는 것이 어려운 데다 이식수술 후 감염 위험도 높기 때문이다. 국내는 뇌사 기증이 적어 한 해 이뤄지는 폐 이식 수술 건수가 90여 건에 불과하다. 미국은 한 해 2800여 건의 수술이 이뤄진다. 지난 20일 한림대의료원과 미국 UCLA 메디컬센터는 폐 이식 수술 성공률을 높여 더 많은 생명을 살리기 위해 ‘폐 이식의 최신지견과 미래’를 주제로 공동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날 발표를 맡은 폐 이식 분야 세계적 권위자인 아바스 아데할리 UCLA 메디컬센터 흉부외과 교수(심폐이식센터장), 박성훈 한림대의대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 김형수 한림대의대 흉부외과 교수에게 폐이식 수술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폐 이식 수술은 난도가 높은 수술로 알려졌다. 이유는 무엇인가.

△아바스 아데할리 UCLA 메디컬센터 흉부외과 교수=“이식 수술 자체가 상당히 어렵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뇌사 기증자를 선별해 이들로부터 이식 가능한 폐를 확보해 보존하는 절차도 까다롭다. 뇌사자로부터 떼어낸 폐가 폐렴 등 다른 질환에 감염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수술을 받은 환자도 마찬가지다. 수술 후 관리방법에 따라 생존율이 많이 달라진다.”

△박성훈 한림대의대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폐 이식은 감염과의 싸움이라는 얘기가 있다. 폐는 유일하게 외부와 통한 장기이기 때문에 각종 감염 위험이 높다. 이식 가능한 폐를 보존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뇌사자의 폐가 활동을 멈추면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증가한다. 폐에 체액이 쌓이는 폐부종이 생기기 쉽다. 폐부종 상태가 되면 감염 위험이 높아진다. 이를 관리하는 것이 쉽지 않다.”

▷미국에서는 생체외폐순환법(EVLP)을 통해 이식 성공률을 높이고 있다.

△아데할리 교수=“EVLP는 상당히 흥미로운 기술이다. 지난 30~40년 동안은 뇌사자의 폐를 떼어낸 뒤 이를 얼음에 넣어 보존했다. 이런 상태로 이식 수혜자에게 가져가 이식했다. 하지만 EVLP라는 기계를 활용하면 이식 수혜자에게 가져가는 동안에도 혈액을 계속 돌게 할 수 있다. 폐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물론 감염 위험도 낮출 수 있다. 폐를 기계에 넣어 몸속에 있을 때와 거의 비슷한 상태를 유지하는 방법이다. 기존 방식으로는 거의 이식이 불가능했던 상태의 뇌사자 폐도 EVLP를 활용하면 질을 높일 수 있다. 폐 이식뿐 아니라 심장, 간, 신장 이식에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한국에서도 이 기기를 활용하고 있는가.

△김형수 한림대의대 흉부외과 교수=“국내는 아직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장비를 수입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절차를 거치는 과정이 복잡해 아직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서 사용하는 것을 기준으로 비용은 3만~5만달러(약 3409만~5682만원) 정도다. 하지만 EVLP를 이용한 장기이식으로 환자가 입원을 오래 하지 않아도 되고 합병증을 줄일 수 있다.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크지 않은 비용이다.”

▷이식 대기 환자가 이식받기 좋은 상태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박 교수=“심장 등 다른 장기도 마찬가지지만 장기이식을 할 때 중요한 것은 이식받는 사람의 건강 상태다. 힘든 수술을 견뎌낼 수 있는 영양상태, 운동상태 등이 유지돼야 한다. 폐 이식의 경우 다른 질환은 거의 없고 폐만 문제가 돼 건강이 악화된 환자가 이식 대상이다. 국내에서는 폐섬유증, COPD로 이식받는 환자가 흔하다. 폐섬유증은 치료 가능한 약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식 환자가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EVLP로 폐 이식 성공률 높여…5년 안에 인공 폐 개발될 것"

▷수술을 대기하는 동안 체외순환기인 에크모를 활용한다.

△아데할리 교수=“몇 년 전만 해도 폐 이식 수술을 하기 전 에크모를 사용하는 것은 금기시됐다. 에크모를 쓴 뒤 이식 수술한 환자는 수술 결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후의 수단으로 에크모를 써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 말기 호흡부전 환자에게 에크모를 쓰면 이식 생존율이 높다는 결과가 세계 여러 병원에서 보고되고 있다.”

△김 교수=“에크모 치료를 받는 환자에 대한 재활훈련을 강화하면서 성적이 좋아지고 있다. 인공호흡기를 달아 거동하지 못하는 환자는 재활하기 어렵다. 에크모 치료를 하는 환자는 재활훈련을 할 수 있다. 에크모 치료 환자 단체 운동을 하고 식사 훈련 등을 했더니 치료 성적이 많이 좋아졌다. 상태가 나빴던 환자의 상태를 좋게 만들어 이식 수술하는 게 가능해졌다. 재활프로그램을 잘 만드는 게 중요하다. 한림대병원은 다른 병원에 비해 에크모 환자가 많은 편이다. 최근 폐 이식을 한 환자도 독감으로 인한 폐렴 때문에 폐 상태가 나빠져 에크모 치료를 석 달 이상 했던 환자였다. 다만 에크모가 남용되면 불필요한 비용이 많이 든다. 남용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식 수술 후 면역억제제를 복용해 거부반응을 막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박 교수=“이식받은 뒤에는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한다. 면역억제제가 간이나 신장 기능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 주기적으로 관찰하는 게 중요하다. 환자가 평소 먹는 약과 면역억제제가 충돌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필요하다. 환자와 의사 간 신뢰관계가 중요하다.”

▷인공폐 연구는 어디까지 이뤄지고 있는가.

△아데할리 교수=“진화하고 있다. 앞으로 5년 안에 폐 이식을 기다리는 사람이 이식 전까지 활용할 수 있는 인공 폐가 개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에크모도 발전할 것이다.”

▷한국은 뇌사자 장기기증이 많지 않아 이식 수술이 어렵다.

△아데할리 교수=“미국의 공익광고 문구 중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장기를 하늘나라에 가져가 뭐하겠느냐’라는 것이 있다. 미국도 하루 아침에 바뀐 게 아니다. 수년간 여러 유명인이 다양한 활동을 했다. 운전면허를 딸 때 표기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미국에서는 간, 신장, 심장을 이식 받은 아이들이 웃고 있는 포스터를 제작해 붙이기도 했다. 의료진뿐 아니라 정부부처 등 모든 사람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한국도 10년 뒤에는 많이 바뀔 것이다.”

▷앞으로 두 기관은 어떤 분야에서 협력할 계획인가.

△아데할리 교수=“이번 심포지엄을 위해 2년 정도 한림대병원의 폐 이식 분야 의료진과 교류했는데 이미 다양한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 이식 프로그램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병원 원장의 의지가 중요하고 능력 있는 의료진이 필요하다. 수술 환자 관리도 잘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한림대병원은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앞으로 폐는 물론 심장, 간, 신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이 이뤄지길 희망한다. 우리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도 많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VLP로 폐 이식 성공률 높여…5년 안에 인공 폐 개발될 것"

한림대-UCLA 국제학술 심포지엄은
보건의료분야 최신 정보 공유…올해로 5회째


한림대의료원과 UCLA 메디컬센터는 2015년부터 보건의료분야 최신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심
포지엄을 함께 개최하고 있다. 올해로 5회째를 맞았다.

그동안 보건의료환경, 환자경험, 간호 역량 강화, 헬스케어 시스템, 메디컬 시뮬레이션 교육 등을 주제로 행사를 열었다.

‘폐이식의 최신지견과 미래’를 주제로 한림대 성심병원에서 열린 올해 심포지엄에서는 폐이식의 글로벌 현황, 폐이식 환자 관리, 공여 장기 관리 방법, 폐이식 수술 최신 기법, 한림대의료원 에크모와 폐이식, 생체외폐순환법과 인공폐 등에 대해 강의가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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