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동해시 앞바다에서 규모 4.3의 지진이 발생했다. 주민들은 불안에 떨었지만 지진이 발생한 지 수십 분 뒤에야 재난 관련 문자가 발송된 탓에 ‘늑장 문자’ 논란이 일었다.19일 오전 11시16분 강원 동해시 북동쪽 54㎞ 해역에서 규모 4.3의 지진이 발생했다. 발생 깊이는 32㎞ 지하로 추정된다. 우남철 기상청 분석관은 “바다에서 발생한 지진이지만 규모가 4.3으로 큰 편이라 지역 주민들이 진동을 느꼈다”며 “해일이 일어나지 않아 피해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강원도 일부 지역에선 진동을 느끼는 정도를 나타내는 계기 진도가 4로 분석됐다. 진도 4는 실내에서 잠이 깰 정도로 지진을 느끼고, 그릇과 창문 등이 흔들리는 수준이다. 강원지역 최대 규모 지진은 2007년 1월 평창군 북북동쪽 39㎞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4.8이었다. 우 분석관은 “동해 인근 단층면이 움직여 지진이 발생했다”며 “단층면이 지층을 남북으로 가르고 있기 때문에 경주나 포항 지진과 관련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이날 인근 지방자치단체들은 지진이 발생한 지 수십 분이 지난 뒤에야 재난 문자를 보내 주민들의 불만이 속출했다.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산불로 초주검이 됐는데 지진까지 나니 무섭고 두렵습니다."최근 강원 동해안을 초토화한 대형산불이 발생한 지 보름 만에 지진까지 발생하자 주민들이 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19일 동해시 북동쪽 54㎞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4.3 지진은 동해, 강릉, 속초 등 동해안 주민이 거의 동시에 느낄 정도였다.지난 4일 밤 산불이 발생했던 강릉시 옥계면 주민은 이날 점심시간을 앞두고 들판에서 농사일하다 지진을 느꼈다.특히 강한 바람과 함께 시뻘건 불길이 번지는 것을 목격하며 거대한 자연의 힘 앞에 속수무책이었던 주민은 이날 지진까지 발생하자 "죽어라 한다"며 탄식을 쏟아냈다.불길이 집 옆까지 다가오자 호스로 물을 뿌리며 안간힘을 썼던 박모(63·강릉시 옥계면)씨는 주변의 산이 점점 새카맣게 변하는 모습에 이곳을 떠나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다.도시에 살다가 옥계면으로 귀농한 그는 청정지역으로 알고 왔던 곳이 산불과 폭설, 미세먼지에 이어 지진까지 발생하는 곳이라는 걸 이날 실감했다.그는 "대형산불에 이어 지진까지 발생하니 죽어라 죽어라 하는 것만 같다"며 "무서워서 살겠나.마을을 떠나야 하는지 고민이다"고 털어놨다.이어 "청정지역인 줄 알고 왔는데 지진까지 발생하니 못 살겠다.산불 때문에 심적으로 초주검이 된 상태여서 떠나고 싶다.무섭고 두렵다"고 말했다.또 다른 주민은 "일본과 동남아시아와는 달리 안전한 곳이라고 느꼈던 동해안마저 지진이 나니 자연재해가 정말 심각해졌다"며 "이제 안전지대는 없는 것 같다"고 걱정했다.이날 강릉시 관련 부서에는 놀란 시민들이 지진이 발생한 게 맞는지를 묻는 전화가 쇄도했다.시 관계자는 "강릉에서 규모 4 이상의 지진은 처음이다"며 "강릉이 그동안 안전도시라고 자부해왔는데 요즈음 좋지 않은 일이 이어져 안타깝다"고 설명했다.최근 강릉 옥계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넘어오는 바람에 망상 오토캠핑리조트장이 소실되고, 주민의 보금자리가 잿더미로 변한 동해시는 지진까지 발생했다는 소식에 답답해하고 있다.동해시 관계자는 "지진이 발생한 곳이 동해시보다는 강릉 옥계면과 가까운데 동해시 동북쪽으로 알려져 피해를 보고 있다"며 "옥계에서 발생한 산불에 이어 지진으로 피해를 보는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연합뉴스
경북 울진과 경주에 있는 원자력발전소는 강원 동해 해역에서 일어난 지진에 따른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울진에 있는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는 19일 오전 11시 16분께 강원 동해 북동쪽 54㎞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4.3 지진으로 원자력발전소에는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한울원전 내 3곳에 설치된 지진계측값은 지진경보 기준인 0.01g(중력가속도) 미만인 0.001g, 0.0008g, 0.0018g 등이 나왔다.한울본부 관계자는 "지진경보 기준을 넘어서면 자동으로 경보가 울리게 돼 있다"며 "경보 기준보다 크게 낮아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고 말했다.경주에 있는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도 동해 해역 지진으로 원자력발전소에는 영향이 없어 정상 운전하고 있다고 밝혔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