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아파트 방화범 (사진=연합뉴스)

진주아파트 방화범 (사진=연합뉴스)

"여기 사람이 막 다쳐가지고 엉망이 됐어요." "환자(상태)는 뭐 찌르는지 우짜는지 엉망이 돼 있소", "지금 사람들 비명 지르고 돌아다니는데 119가 한 대도 안 옵니다".

17일 경남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에서 방화 후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18명의 사상자를 낸 안모씨(42)의 범행 후 119 신고로 접수된 다급한 전화통화 내용이다.

안씨 바로 위층에 살다 흉기에 찔려 숨진 최모양(18)은 평소에도 안씨로부터 상습적으로 위협을 받아 가족들이 지난달 집 앞에 폐쇄회로(CC)TV까지 설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전 CCTV 영상에는 다급히 집안으로 뛰어들어가는 최양의 모습과 뒤따라와 초인종을 격하게 누르는 안씨의 모습이 담겨 있다.안씨는 한 시간 후 오물을 담아와 현관에 뿌리기도 했다.

이날 사고로 최양은 끝내 숨지고 말았다. 안씨는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르고 도망가는 최양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함께 있던 최양의 이모인 강모씨(53)도 흉기에 찔려 중상을 입었다.
검게 그을린 진주 방화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검게 그을린 진주 방화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수사를 맡은 진주경찰서는 지난 1월부터 지난달 13일까지 안씨와 관련해 아파트 주민 신고 5건 등 모두 7건의 소동신고가 112에 접수됐다고 밝혔다. 안씨는 지난 1월17일 오후 4시50분 진주시자활센터에서 직원 2명을 폭행해 불구속 입건됐다. 안씨는 또 지난달 8일 자신의 아파트에서 행인과 시비가 붙어 계도 수준으로 사건이 종결됐고, 같은 달 10일에는 상대동 호프집에서 손님 3명을 폭행해 불구속 입건됐다.

특히 안씨는 2월28일부터 지난달 13일까지 아파트 바로 위층에 사는 최양의 집에 4차례나 시비를 걸어 재물손괴 혐의로 불구속 입건돼 지난달 11일 검찰에 송치됐다.

최양 가족은 경찰 권유와 두려움으로 지난달 3일 직접 집 앞에 CCTV를 설치했으며 사건 당시 안씨의 위협적인 행동과 난동이 고스란히 카메라에 잡혔다.

안씨는 2010년에도 진주에서 폭력 등의 혐의로 구속돼 1개월간 공주치료감호소에서 정신감정을 받았다. 당시 판결문에 ‘편집형 정신분열증’(조현병)이라는 병명으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보호관찰을 받은 사실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안씨가 2015년 1월부터 2016년 7월까지 진주시내 한 병원에서 ‘상세불명의 정신분열증’이라는 병명으로 치료를 받은 정신병력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지난해까지 범인과 관련해 112 신고가 없었으며 단순한 소란인 것으로 여겼다”고 답했다.

안씨의 방화와 흉기 난동으로 아파트 주민 5명이 숨지고 13명이 부상을 당했다. 숨진 5명 중 10대는 2명이나 달했다. 피해자는 노약자나 여성 등에 집중돼 있었다.

안씨는 검거 직후 “임금체불 때문에 그랬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는 진술을 거부한 채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안씨가 임금체불로 신고한 적이 없으며 주요 일용직으로 근무해 왔다고 밝혔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