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설허가 취소 이후 어떻게

'투자자 - 국가 분쟁' 비화 가능성도
제주도는 소송대응 전담팀 꾸려
원희룡 제주지사가 17일 제주도청에서 녹지국제병원의 개설허가 취소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희룡 제주지사가 17일 제주도청에서 녹지국제병원의 개설허가 취소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도의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 취소 결정을 둘러싸고 병원 측이 소송도 불사할 전망이다. 제주도는 병원을 제때 개원하지 않아 허가를 취소했다는 입장이지만 녹지병원 사업자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는 제주도에 귀책사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제주도는 17일 관련 소송에 대응하기 위해 전담법률팀까지 꾸렸다.

제주도가 이날 개설허가를 취소하면서 근거로 든 것은 의료법 64조다. 의료법 64조에는 개설 신고나 허가를 한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를 시작하지 않으면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제주도는 “작년 12월 5일 개원을 허가했는데 (병원이) 개원 기한인 3월 4일을 넘어서도 업무를 시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녹지제주가 허가 취소를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며 소송을 낼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향후 소송이 제기됐을 때 쟁점은 ‘개원 지연에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 여부다. 제주도는 작년 허가를 내주면서 내국인 진료를 금지하는 내용으로 ‘조건부 개설 허가’를 냈다. “투자 당시 예상할 수 없었던 내국인 진료제한 조건이 붙었고, 이로 인해 인력 구하기가 어려워졌다”는 게 녹지제주 측 입장이다. 제주도의 잘못으로 기간 내 병원을 열지 못했다는 것이다.

제주도 측은 “내국인 진료가 사업계획상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제주도는 이날 “녹지병원이 낸 사업계획서에는 ‘제주도를 방문하는 중국인 등 외국인 의료관광객을 대상으로 성형미용 등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외국의료기관’이라고 적혀 있다”며 “외국인을 주된 고객으로 하겠다고 해놓고 이를 이유로 개원하지 않는 것은 모순되는 태도”라고 발표했다.

녹지제주가 취소소송을 낸다면 지난 2월 낸 행정소송과 결론이 함께 날 가능성이 크다. 녹지제주는 2월 “내국인 진료제한 조건을 취소해달라”는 취지로 제주지방법원에 행정소송을 냈다.

공방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녹지제주는 병원 건립 공사비 778억원과 인건비, 관리비 76억원 등을 포함해 약 85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해왔다. 녹지제주가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제도를 활용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직접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예상된다. 중국 국유기업 뤼디그룹이 투자해 세운 녹지병원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적용 대상이다. 녹지제주는 지난달 청문에서 “도가 예상에도 없이 조건부 허가 처분을 내 한·중 FTA 투자협정으로 보호받고 있는 ‘투자자의 정당한 기대’를 저버렸다”고 주장했다.

다만 제주도가 녹지 측과 협의해 병원 설비를 인수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시민단체들도 그동안 제주도가 녹지병원을 사들여 도립병원으로 운영하라고 요구해왔다. 제주도는 이날 “소송 등 법률 문제와 별도로 의료관광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노력은 지속하겠다”며 “제주헬스케어타운의 정상화 방안을 찾기 위해 녹지 측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조아란 기자 archo@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