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홍역환자 벌써 137명…작년보다 9배↑
지구촌이 때아닌 홍역을 앓고 있다. 올해 세계 홍역환자는 지난해보다 3배 넘게 늘었다. 국내도 비켜가지 않았다. 경기 안양지역에서 주춤해진 홍역이 대전에서 다시 확산되는 분위기다. 보건당국은 최근 대전을 홍역 집단발생 지역으로 지정하고 이 지역 영유아들은 출생한 지 6~11개월에 홍역 예방접종(MMR)을 한 번 더 하도록 했다.

경기 안양 잠잠해지자 대전서 다시 확산

16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해 홍역 확진 판정을 받은 국내 환자는 137명에 이른다. 2014년 442명이 홍역에 감염된 뒤 20명 미만으로 관리되던 홍역 환자는 올 들어 급증했다. 해외여행을 한 뒤 입국한 환자를 중심으로 산발적으로 홍역이 유행하면서다.

올 홍역환자 벌써 137명…작년보다 9배↑
이달 초 안양 동안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홍역이 확산돼 26명이 감염됐다. 지난 7일 이후 이 병원에서 추가 감염 환자는 나오지 않아 안양 지역 유행은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대전에서 다시 환자가 늘고 있다. 베트남 여행을 한 뒤 입국한 소아환자를 통해 대전 유성구의 한 아동병원에서만 15명이 홍역에 감염되면서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이 병원은 의료진은 물론 원무과 직원까지 모두 백신을 맞아 의료진 감염은 없지만 환자와 보호자를 중심으로 환자가 늘고 있다”며 “첫 환자가 4인실에 입원해 있었던 데다 백신 미접종 연령대 아이들이 밀집해 있어 환자가 늘어난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질병관리본부는 대전 지역 영유아들이 생후 6~11개월에 MMR을 한 번 더 맞는 가속접종을 하도록 권고했다. 홍역을 예방하는 MMR 백신은 생후 12~15개월에 1차 접종을 한 뒤 만 4~6세에 2차 접종을 한다. 1차 접종을 하면 93%, 2차 접종까지 끝내면 97% 예방효과가 있다. 보건당국은 홍역이 유행하는 지역 영유아는 예방력을 얻기 위해 1차 접종 전 한 차례 더 백신을 맞도록 관리하고 있다.

백신 거부하는 유대교인 밀집지역서 유행

홍역 유행은 세계적 현상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계 홍역 환자가 11만216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배 넘게 증가했다. 의료기관을 찾아 신고한 환자만 계산한 것으로 실제 환자는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에서는 지난해 가을 이후 홍역이 크게 유행하면서 1200명이 사망했다.

선진국에서도 환자가 늘고 있다. 미국에서만 올해 홍역환자가 지난해보다 20% 정도 증가했다. MMR 백신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퍼지면서 백신 거부 운동이 확산되면서다. 영국 런던 왕립자유병원 소속 내과 전문의 앤드루 웨이크필드는 1998년 국제학술지 랜싯에 “왕립자유병원에 입원한 자폐아 12명 중 8명이 MMR 백신을 맞은 뒤 2주 안에 자폐 증세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이후 이 논문은 돈을 받고 조작한 가짜 논문으로 드러났다. 2010년 논문은 철회됐고 웨이크필드는 영국 의사 면허를 박탈당했다. 하지만 여전히 잘못된 정보가 유통되고 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페이스북,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들은 최근 자사 플랫폼에서 백신에 대한 공포를 조장하는 콘텐츠를 검열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유대교 등 일부 종파에서 종교적 신념으로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것도 세계적 확산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MMR 백신을 맞지 않은 미국 내 2세 유아 비율은 2001년 0.3%에서 2015년 1.3%까지 높아졌다.

이지현/정연일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