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특활비로 제3노총 설립·지원 혐의…원세훈 "보고도 받은 적 없다"
'노동계 분열공작' 원세훈·이채필 재판 시작…혐의 전면부인
노동계를 분열시키고자 새 노총을 만드는 데 국정원 특활비를 지원한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 원장, 이채필 전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순형 부장판사)는 16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국고 등 손실 혐의로 기소된 원 전 원장과 이 전 장관의 첫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민병환 전 국정원 2차장, 박원동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 이동걸 전 고용부 장관 정책보좌관 등도 같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날 재판에는 원 전 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이 모두 출석했다.

원 전 원장은 2011년 4월부터 2012년 3월까지 정부 시책에 반대하던 민주노총 등을 분열시키고자 국정원 특활비 1억7천700만원을 제3노총인 국민노동조합총연맹(국민노총)의 설립·운영 자금으로 지원하는 등 국정원 직무가 아닌 용도로 쓰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차관이었던 이 전 장관이 국정원에 자금을 요청했고, 박 전 국장과 민 전 차장이 이를 원 전 원장에게 보고해 자금 지원이 결정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이 전 보좌관은 실제 이 자금을 활동비로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들이 타임오프제, 복수노조 등 당시 고용부가 추진하던 주요 정책에 민주노총 등이 반대하고 맞서자, 노동계를 분열시키고자 제3노총 설립을 지원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날 재판에서 피고인들은 혐의를 대부분 부인했다.

원 전 원장 측은 "전체적으로 공소사실을 부인한다"며 "자금 지원에 관해 지시 혹은 공모하거나 보고받은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제3노총 설립에 국정원 예산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한 적이 없고, 제3노총 출범에 관해 이동걸 전 보좌관의 활동비를 국정원에 요청한 사실이 없다"며 "국정원에서 이동걸 등에게 금원을 제공한 것도 몰랐다"고 주장했다.

민 전 차장 측 또한 "이채필 전 장관 등으로부터 지금을 요청받은 사실이 없다"며 "노조 와해 공작에 관해 원장에게 보고하거나 부하들에게 지시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다만 박 전 국장과 이 전 보좌관은 자금 지원은 일부 인정했다.

박 전 국장 측은 "결재를 거쳐 돈이 나간 것은 인정한다"고 밝혔고, 이 전 보좌관은 "국정원의 자금을 받았고, 국정원 자금인 것도 알았으나 민노총을 저지하기 위한 자금이었다는 것이나 자금 지원 및 상사 지시가 불법인지는 알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검찰 수사에 따르면 이 전 장관은 임태희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자금 지원을 부탁했고, 임 전 실장이 민 전 2차장에게 이 전 장관의 요청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전 장관의 변호인은 "임 전 실장에게 국민노총 출범 예산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고, 민 전 차장 측도 "임 전 실장 등에게서 자금 지원 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원 전 원장은 각종 정치공작을 지시하고 국정원 돈을 유용한 혐의 등으로 여러 건의 재판을 받고 있다.

국정원 댓글 공작에 관여한 혐의와 관련해 지난해 3월 징역 4년형을 확정받고 복역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