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 정준영, 최종훈, 에디킴, 로이킴 /사진=한경DB
승리, 정준영, 최종훈, 에디킴, 로이킴 /사진=한경DB
'정준영 단톡방' 멤버 찾기에 쑥대밭이 됐던 연예계가 이제는 마약 파문에 휩싸이는 모양새다. 로버트 할리가 마약 투약 혐의로 입건된 데 이어 그룹 JYJ 박유천이 전 연인 황하나와 마약 투약을 두고 진실공방에 돌입했다.

연예계는 그룹 빅뱅 출신 승리가 사내이사로 몸 담았던 클럽 버닝썬을 둘러싼 각종 의혹으로 올초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떠들썩했다. 폭행 사건에서 시작한 논란은 마약, 성접대, 탈세 등으로 몸집을 부풀리며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는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떠올리게 했고, 현실판 '베테랑'이라는 씁쓸한 말까지 떠돌기에 이르렀다.

그 가운데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성범죄 부분에서 직격탄을 맞았다. 경찰이 승리와 버닝썬에 대해 수사하던 중 연예인들이 포함된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불법촬영물 및 음란물이 유포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 줄줄이 관련 인물들이 입건돼 경찰 조사를 받았고, 정준영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으로 구속됐다. FT아일랜드 전 멤버 최종훈 또한 정준영과 같은 혐의를 받고 있으며, 가수 로이킴과 에디킴은 단순 음란물 유포로 정보통신망법이 적용돼 이들 모두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될 예정이다.

이로써 버닝썬에서 파생된 '정준영 단톡방' 사건은 관련 멤버들의 조사가 모두 이루어지며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연예계를 휩쓸고 간 '몰카' 범죄의 잔해가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마약 문제가 불거졌다.
로버트 할리 /사진=연합뉴스
로버트 할리 /사진=연합뉴스
로버트 할리는 지난 8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그는 자택에서 인터넷으로 구매한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로버트 할리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결과 필로폰 투약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주사기가 발견됐으며 마약 반응 간이검사에서도 양성 반응이 나왔다.

미국 출신인 로버트 할리는 그간 다양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사투리를 섞어 유창하게 한국어를 구사하는 등 친근한 이미지로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다. 최근까지 출연 중이었던 tvN '아찔한 사돈연습'에서도 아들 하재익에게 살갑게 장난을 치다가도 때로는 엄격하게 훈계를 하는 바른 아버지의 모습을 선보였다. 대중에게 호감 연예인으로 각인됐던 그였기에 배신감은 더욱 컸다.

그 가운데 박유천이 "나는 마약을 한 적이 없다"며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그와 결혼을 전제로 만남을 가졌던 전 연인 황하나가 마약 투약 혐의로 조사를 받던 중 연예인 A씨로부터 마약을 권유 받았고, 강제로 투약을 당하기도 했다고 진술한 것에 따른 것이었다. 황하나의 진술 이후 여론은 자연스레 박유천에게 쏠렸다.
황하나, 박유천 /사진=연합뉴스, 한경DB
황하나, 박유천 /사진=연합뉴스, 한경DB
이에 박유천은 기자회견을 자청, 자신은 마약을 한 적이 없으며 황하나가 불법적인 약을 복용하는 것도 몰랐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경찰 조사가 있으면 성실히 협조하겠다고 전했다. 마약 범죄라는 중대한 사안을 두고 박유천과 황하나가 결국 서로 다른 주장을 하며 진실 싸움에 접어든 것이다.

마약 파문이 연예계로 스며들면서 일각에서는 스캔들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연예계를 겨냥한 마약 수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 또 다른 스타들의 마약 투약이나 유통 혐의가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약 범죄의 경우, 형량이 가볍다는 지적이 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마약 투약으로 물의를 빚은 연예인들은 집행유예를 받고 자숙을 하다 복귀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래퍼 씨잼은 2018년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으나 오히려 자신의 마약 범죄를 희화화하며 "올해 앨범 세 개 낸다. 감옥만 안 가면"이라고 복귀 예고 발언을 해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이는 집행유예 기간 중에 벌어진 일이었다.

쇼호스트 류재영 역시 수차례 필로폰을 투약해 2017년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그러나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자마자 업계로 복귀해 대중의 질타를 받았다.
쿠시, 빅뱅 탑, 정석원 /사진=한경DB
쿠시, 빅뱅 탑, 정석원 /사진=한경DB
이 밖에도 올해 3월 래퍼 쿠시가 마약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으며, 배우 정석원도 지난해 마약 혐의로 체포돼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또 스타셰프 이찬오는 지난해 마약류를 밀수입해 복용한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다. 그룹 빅뱅의 탑 역시 대마초를 흡연한 사실이 의경 복무 중 뒤늦게 알려져 직위가 해제되고 현재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대체 중이다.

연예인은 공인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도덕적 해이가 충분히 대중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여전히 봄이 오지 않은 4월의 연예계는 범죄 혐의의 두려움에 떨기에 앞서 윤리 의식의 결여가 깊숙이 자리하고 있지는 않은지, 범죄 행위에 대한 경각심 고취가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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