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는 살인 VS 여성이 스스로 결정해야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위헌(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는 환호성과 탄식이 동시에 터져나왔다.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각계 단체들은 “역사는 진보한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결정을 환영했다. 하지만 반대편에 선 단체들은 “낙태는 살인”이라며 헌재 선고에 유감을 나타냈다.

이날 각계 단체들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오기 전부터 팽팽히 맞섰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등이 모여 만든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은 이날 오전 9시부터 헌법재판소 앞에서 청년과 장애인, 진보정당, 의료계 등 100여 명이 참여한 릴레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진보정당 관계자들은 낙태 시 임신한 여성을 처벌하는 형법(269조 1항)을 의미하는 ‘296’이 적힌 팻말을 찢는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기혼여성의 낙태율도 높다”며 “불법 시술을 받던 여성들이 제대로 교육받은 의사에게 치료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기독교 단체와 학부모 연합 등 79개 단체로 구성된 ‘낙태죄폐지 반대 전국민연합’ 참가자들은 플래카드 앞에 아이들을 세워놓은 채 “낙태는 살인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낙태해도 되는 아기는 없다’ 등 낙태죄 폐지를 반대하는 플래카드들도 길가를 가득 메웠다. 세 명의 자녀를 데리고 경기 안양에서 왔다는 조경아 씨(39)는 자녀들 옷에 각각 태아 초음파 사진을 붙이고, 배냇저고리를 가져와 헌법재판소 문에 걸어놓기도 했다. 조씨는 “각자 사정이 있겠지만 낙태가 죄가 아니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날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오자 낙태죄폐지 반대 연합은 “우리의 생명 운동이 끝난 것은 아니다”며 “남성의 책임을 법제화할 수 있도록 남성양육법을 제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여성과 태아의 생명을 낙태로부터 보호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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