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주 전까진 '독자생존' 못 해"…"12주 이후엔 태아도 자아인식"
'낙태 결정 숙고제'도 함께 도입해야…정의당 개정작업 착수할 듯


헌법재판소가 11일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전면 금지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놓으면서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과 특수상황에서의 낙태를 예외적으로 허용한 모자보건법의 개정이 불가피해졌다.

헌재는 이날 낙태를 허용할 수 있는 '임신 초기'를 '임신 22주 내외'라고 언급했다.

이 기간에는 임신부의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신 태아의 생명권을 최소한으로 침해해야 하므로, 향후 입법 과정에서는 낙태를 허용할 수 있는 기간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방식으로 법 개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헌재는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이면서 동시에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는 시기까지의 낙태에 대해서는 국가가 이를 허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법조계에서는 낙태를 제도적으로 허용할 만한 '임신 초기'를 임신 24주로 보는 견해가 있다.

태아가 독자적 생존능력을 갖추기 시작하는 임신 24주까지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의학적으로 임신 24주 이내의 태아는 허파를 구성하는 폐포가 될 종말낭이 형성되지 않아 자궁에서 배출되면 독자적으로 호흡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태아가 스스로 생존하지 못한다고 여겨지는 때를 임신 24주까지로 규정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현행 모자보건법이 부모가 신체질환이나 정신장애가 있거나 강간 등에 의해 임신한 경우 임신 24주 이내에만 낙태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것도 이런 점에 근거를 둔다.

임신 24주 이내 낙태 허용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영국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본다.

영국은 의사 두 명의 동의 아래 임신 24주 이내 낙태를 허용하고, 임신 24주 이후에도 산모 건강·심각한 기형 등의 예외사유에 한해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헌재 "임신 22주 내외 낙태허용"…구체적 허용기간은 입법 과제

임신 12주까지만 낙태를 허용하는 방안이 적절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의학적으로 임신 12주까지의 태아는 사고나 자아 인식, 정신적 능력과 같은 의식적 경험에 필요한 신경생리학적 구조나 기능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여겨진다는 점이 주요 근거다.

또 이 시기까지의 낙태는 자궁천공이나 출혈패혈증, 양수전색증 등 낙태수술에 의한 합병증 우려가 적다는 점 역시 낙태를 허용할 수 있는 '임신 초기'를 '임신 12주'라고 보는 견해를 뒷받침한다.

지난해 5월 국민투표를 통해 낙태금지를 규정한 헌법 조항을 폐지한 아일랜드가 임신 12주 이내 낙태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 중인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여겨진다.

독일이 임신 12주 이내의 경우에만 낙태를 허용하는 것도 입법 과정에서 참고 사항이 될 만하다.
헌재 "임신 22주 내외 낙태허용"…구체적 허용기간은 입법 과제

기간 논란과 상관없이 낙태를 원하는 임산부가 실제 낙태 수술을 받을 때까지 충분히 숙고할 수 있도록 하는 '낙태 결정 숙고제도' 도입 문제도 함께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낙태 허용이 태아의 생명권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은 아니기 때문에 임신부에게 낙태 결정이 무슨 의미를 갖는지를 충분히 인식할 수 있도록 하고, '결정을 번복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취지다.

미국 텍사스 주가 낙태 수술 24시간 전에 반드시 뱃속 초음파 검사를 하고, 임산부가 이 초음파 화면을 보게 하는 것도 '낙태 결정을 바꿀 기회를 준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제도다.

법 개정 작업에는 이미 당론으로 낙태죄 폐지를 정한 정의당이 가장 먼저 착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의당은 지난 2월 의원단 워크숍에서 낙태죄 폐지 법안을 당론 발의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다만 헌재의 낙태죄 선고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헌재 선고 뒤 법안을 발의하기로 미뤄둔 상태다.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69조와 270조를 직접 개정하거나, 예외적 낙태 허용을 규정한 모자보건법 14조를 개정하는 방식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