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배우 박유천이 2016년 성폭행 피소 사건 이후 또다시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돼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박유천은 10일 저녁 6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매화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 연인 황하나가 마약 공범으로 자신을 지목한 데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박유천은 "보도를 통해 황하나가 마약 수사에서 연예인을 지목했고, 약을 권유했다는 내용을 보면서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무서웠다"면서 "나는 결코 마약을 하지 않았는데 마약을 한 사람이 되는 건가 하는 두려움에 휩싸였다"고 털어놓았다.
박유천, 황하나 지목 연예인 A씨 의혹에 기자회견 개최 /사진=최혁 기자
박유천, 황하나 지목 연예인 A씨 의혹에 기자회견 개최 /사진=최혁 기자
이어 "아니라고 발버둥쳐도 나는 어쩔 수 없이 그런 사람이 될 거라는 두려움이 있었다"면서 "나는 결단코 마약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사 기관에 가서 조사를 받더라도 내가 직접 말씀을 드려야겠다 생각했다"고 억울함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박유천은 경찰에 출두해 마약검사를 받고 자신의 무고함을 밝히기 전에 왜 기자들을 먼저 찾은 것일까.

박유천은 2016년 유흥업소 종업원 다수로부터 성폭행 혐의로 고소를 당하면서 회복하기 어려운 이미지 손상을 입었다. 당시 고소인 측이 주장한 구체적인 화장실 성폭행 진술이 보도되면서 대중들로부터 '변기유천'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를 얻었고 현재까지도 오명을 쓰고 있는 상태다.

이후 재판을 통해 성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 받았지만 업소여성들과의 성관계 사실까지 지워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 과연 재기가 가능할지 의문스러워하는 업계 관계자들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재판부는 박유천과 여성들간의 관계를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으며 강압적인 상황이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박유천, 황하나 지목 연예인 A씨 의혹에 기자회견 개최 /사진=최혁 기자
박유천, 황하나 지목 연예인 A씨 의혹에 기자회견 개최 /사진=최혁 기자
아직 남은 소송건은 박유천 측으로 부터 고소당했다가 무고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은 두번째 고소인 20대 여성과의 건이다.

그는 2016년 4명의 고소 여성 중 유일하게 법적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관련 형사소송은 일단락됐으나 박유천에 대해 가압류 신청과 손해배상이라는 민사소송을 별도로 제기했다.

오랜 자숙기간 끝에 대중에게 조심스럽게 다시금 한 발을 내디뎌야 하는 박유천에게는 이번 마약 혐의 황하나와의 연결고리는 돌이킬 수 없는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명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황하나가 공범으로 그의 이름을 경찰에 진술하면서 참고인 소환까지 임박한 상태였다.

경찰 출석을 앞두고 급하게 결정된 이번 기자회견은 박유천이 유흥업소 성관계 구렁텅이에서 채 빠져나오기도 전 마약 연루 건으로 포토라인에 선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느껴야 할 부담감을 줄여줬다는 평가다. 대중들은 그가 오랜 자숙 끝에 마약 혐의로 포토라인에 섰다는 것 자체만으로 이미 색안경을 끼고 바라볼 수 밖에 없으므로 꼼짝없이 '범죄자 프레임'에 또 다시 갇혀야 하는 처지였다.

박유천은 긴급 기자회견으로 무엇을 얻었을까.

그는 황하나로부터 받았던 협박 등을 공개하면서 자신도 피해자라는 사실을 어필했다. 아울러 강한 어조로 자신이 마약과는 무관함을 항변하게 함으로써 다시금 당당하게 포토라인에 좀 더 당당하게 설 수 있는 상황을 마련했다.
박유천, 황하나 지목 연예인 A씨 의혹에 기자회견 개최 /사진=최혁 기자
박유천, 황하나 지목 연예인 A씨 의혹에 기자회견 개최 /사진=최혁 기자
박유천은 "결별 이후 황하나의 협박에 시달렸지만 내가 정말 힘들었던 2017년, 세상이 모두 등을 돌렸다고 생각했을 때 내 곁에 있어준 사람이라 책임감이 있었고, 미안한 마음도 컸다. 그렇기 때문에 헤어진 이후에 불쑥 연락을 하거나 집으로 찾아와 하소연을 하면 들어주기도 하고, 매번 사과를 하며 마음을 달래주기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박유천은 "마약을 한 적도 없고, 권유한 적은 더더욱 없다"면서 "다시 연기를 하고 활동을 하기 위해 하루하루 채찍질을 하며 고통을 이겨내고 있는데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마약을 생각해보거나 복용했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건에서 내 혐의가 인정된다면 이것은 연예인 박유천으로서 활동을 중단하고 은퇴하는 것을 넘어 내 인생 모든 게 끝나는 것이기 때문에 절박한 마음으로 왔다"고 잠시 눈물을 글썽였다.
박유천, 황하나 지목 연예인 A씨 의혹에 기자회견 개최 /사진=최혁 기자
박유천, 황하나 지목 연예인 A씨 의혹에 기자회견 개최 /사진=최혁 기자
"남자 하나 잘못 만나 인생 망쳤다"고 인스타그램에 울분을 토하고 경찰 조사에서는 "박유천이 권해서 다시 마약에 손을 댔다"고 주장하는 황하나와 "전 연인의 말 한마디로 '마약쟁이'가 되고 싶지 않다'는 박유천. 서로 상반된 주장을 펴고 있지만 누군가 한 명의 말은 거짓이다.

다음은 박유천의 기자회견 입장문 전문.

안녕하세요, 박유천입니다. 제가 이 자리에 오기까지 정말 많은 생각과 고민이 있었고 무척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용기를 내서 이 자리를 결심한 것은 제가 모든 것을 직접 솔직히 말씀드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었습니다. 한동안 긴 수사를 받았고 법적으로 무혐의가 입증됐으나 저는 사회적인 질타와 도덕적 죄책감, 그리고 수치심으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자숙하고 반성하면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가도 그냥, 그냥 죽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기도 하고 저 자신이 용서가 되지 않는 순간이 찾아올 때면 잠을 잘 수도 없고 술을 찾게 됐습니다.

정신과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았고 술로 날을 지내는 날들이 많았습니다. 저는 결코 마약을 하지 않았습니다. 보도를 통해서 황하나가 마약 수사에서 연예인을 지목했고 약을 권유했다는 말에서 제가 오해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무서웠습니다.

저는 결코 마약을 하지 않았는데 결국 마약을 하는 사람이 되는 건가, 아니라고 발버둥쳐도 저는 결국 그런 사람이 되는 건가 무서웠습니다. 하지만 저는 결단코 마약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사 기관에 가서 조사를 받더라도 제가 직접 말씀을 드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우선 저는 작년 황하나와 결별했습니다. 결별 당시 황하나에게 협박에 시달렸지만 황하나는 제 곁에서 저를 좋아해준 사람이었기 때문에 책임감이 있었고 미안한 마음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헤어진 이후에 불쑥 연락을 하거나 집으로 찾아와 하소연을 하면 매번 들어주었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고통스러웠고 처방받은 수면제를 복용하며 잠들었습니다.

황하나도 우울증 때문에 수면제를 처방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저와는 상관없습니다. 저 앞에서 마약을 복용하고 있다는 말도 한 적이 없습니다.

저도 기사로 접하고 많이 놀랐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마약을 한 적도 없고 권유한 적은 더더욱 없습니다. 저는 다시 연기를 하고 활동을 하기 위해서 하루하루 채찍질을 하면서 고통을 견디고 있습니다.

그런 제가 모든 노력이 물거품되는 마약을 생각하거나 복용했다는 것은 정말 상상할 수 없습니다. 저는 경찰서에 가서 성실히 조사받겠습니다.

제가 이 자리에 나온 이유는 이 건에서 제가 혐의가 입증된다면 연예인을 은퇴하는 문제가 아닌 제 인생이 걸린 문제기 때문에 절박함을 안고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