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위 비타민D 보충제가 암세포가 전이된 진행성 대장암의 성장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대나-파버 암연구소(Dana-Farber Cancer Institute) 임상연구실장 키미 엥 박사 연구팀은 진행성 대장암 환자에 항암치료제와 함께 고단위 비타민D를 병행 투여하면 암의 진행이 최장 13개월 동안 멈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영국의 데일리 메일 인터넷판과 메디컬 익스프레스가 9일 보도했다.

11개 의료기관에서 진행성 대장암으로 진단됐지만, 아직 치료가 시작되지 않은 환자 139명(평균 연령 56세, 여성 43%)을 대상으로 진행한 2상 임상시험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들 모두는 표적 항암제 베바시주맙(제품명: 아바스틴) 치료(2주에 1회씩)를 시작했다.

이와 함께 이들은 절반씩 두 그룹으로 나뉘어 한 그룹엔 표준단위의 비타민D 400IU(International Unit)를 매일 투여하고 다른 그룹엔 2주 동안은 8,000IU, 그다음부터는 4,000IU의 고단위 비타민D를 매일 복용하게 했다.

누가 저단위 또는 고단위 그룹인지는 본인도 연구원도 모르게 하는 이중맹(double-blind) 방식으로 임상시험이 진행됐고 연구팀은 평균 22.9개월에 걸쳐 환자의 경과를 지켜봤다.

그 결과 고단위의 비타민D가 투여된 그룹은 암이 더이상 악화되지 않는 이른바 '무진행 생존'(PFS: progression-free survival)이 평균 13개월, 저단위 그룹은 11개월 지속됐다.

또 고단위 그룹은 암이 더 확산되거나 사망할 가능성이 저단위 그룹보다 36% 낮았다.

다만 비만한 환자와 암세포가 KRAS 변이유전자를 지닌 환자는 비타민D의 이러한 효과가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인 결과는 암세포가 전이된 진행성 대장암 환자에 항암치료와 비타민D 투여를 병행하면 암의 진행을 동결시켜 환자의 생존 기간을 사실상 연장시키는 효과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비타민D를 복용하는 사람은 원래 대장암 위험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시험관 실험에서는 정상 세포가 암세포로 변했을 때 세포가 자살하는 세포사멸(apoptosis) '스위치'를 비타민D가 활성화시킨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연구팀은 이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더 많은 환자가 참가하는 대규모 임상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 임상시험 참가 환자들은 처음엔 혈중 비타민D가 정상수치인 경우가 9%에 불과했다.

임상시험이 진행되는 동안 저단위 비타민D가 투여된 그룹은 혈중 수치에 큰 변화가 없었고 고단위가 투여된 그룹은 정상 수치를 회복했다.

50세 이하의 대장암 환자 71%가 이미 병기가 3기 또는 4기로 진행돼 암세포가 인접 조직이나 다른 장기로 전이된 것으로 조사결과 나타나고 있다.

암세포가 이동하지 않고 제자리에 있는 대장암은 5년 생존율이 90%이지만 림프절 같은 주변 조직으로 확산되면 5년 생존율은 71%로 떨어지고 다른 장기로 전이되면 14%로 급락한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 의사협회 저널(Journal of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최신호에 발표됐다.
"고단위 비타민D 보충제, 진행성 대장암 억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