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리포트

日 등 반려동물 장례문화 보편화
주민의견 수렴 통해 갈등 최소화
지난달 말 한국계 미국인 배우 스티븐 연이 반려견에게 목줄을 채우지 않은 채 공원에 놀러 갔다며 구설에 올랐다. 한 네티즌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한 공원에서 스티븐 연 부부의 반려견이 목줄을 착용하지 않아 위협을 받았고 부부와 언쟁을 벌였다는 내용의 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그는 “‘오프리시(반려동물에게 목줄을 채우지 않아도 되는 지역)’가 아닌 공원에서 반려견을 방치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반려동물을 둘러싼 갈등이 심심찮게 일어난다. 그럼에도 반려동물 전용 놀이시설이나 장례식장 등 관련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데다 사회적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어 국내에서도 이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은 반려견이 목줄 없이 맘껏 뛰어놀 수 있는 놀이시설이 전국 곳곳에 포진해 있다. 2018년 기준 전체 미국 가정 중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68%에 달할 정도로 관련 문화가 일찍부터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미국 환경보호단체인 ‘더 트러스트 포 퍼블릭 랜드(The Trust for Public Land)’에 따르면 전국 100개 대도시에 설치된 ‘반려견 전용 공원(dog park)’은 모두 810개소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뉴욕에만 145개소가 마련돼 있다. 일본도 이 같은 반려견 공원이 전국 740여 곳에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반려동물 장례문화도 보편화됐다. 미국은 1896년 동물 장묘시설이 처음 설립된 이후 현재 600여 곳까지 늘었다. 대부분 주 정부 예산이나 비영리단체의 기부금으로 운영된다. 프랑스도 저가의 공공 장묘시설과 프리미엄 사립 시설이 공존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화장시설을 갖춘 이동식 장묘시설까지 운영 중이다. 신청자의 집 앞까지 찾아가 반려동물 사체를 화장해주는 방식이다.

이처럼 다양한 인프라와 관련 문화가 정착돼 있는 만큼 해당 시설에 대한 혐오나 거부감도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신규 건립을 추진할 때도 정부 주도의 톱다운 방식이 아닌,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의사결정 기구를 통해 갈등을 최소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조윤주 서정대 애완동물학과 교수는 “미국, 유럽 등에서는 정부와 지자체가 입지 선정이나 예산 책정 등에 직접 관여하기보다 당사자인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추진한다”며 “견해차를 조율하는 데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그러다 보니 극단적인 주민 간 대립이나 갈등이 빚어지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동물권단체인 어웨어의 이형주 대표도 “미국 등 일부 국가는 관련 인프라 확충을 위해 반려인들에게 일종의 부담금을 걷기도 한다”며 “국내 지자체가 예산 부족을 호소하고 있는 만큼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반려인의 모금으로 관련 시설 건립에 필요한 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