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보험사 약관보다 상법상
직접청구권이 우선" 첫 판결

보험사들 약관 개정 추진
심각한 교통사고를 당한 차량의 경우 자동차손해보험사의 약관과 관련없이 ‘중고차 시세하락에 따른 손해(격락손해)’까지 보상받을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방법원 의성지원 청송군법원(판사 고종완)은 지난 2월 피해차량 차주인 강모씨가 가해차량 보험사인 현대해상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현대해상은 강씨에게 300만원을 지급하고, 이를 지체할 시 200만원을 추가로 지급하라”는 화해권고결정을 내렸다. 강씨와 현대해상은 이를 받아들여 사건은 종결됐다.

2016년 8월 자신의 K7차량 충돌사고로 1833만원의 수리비가 나온 강씨는 현대해상이 격락손해에 대한 보상을 거부하자 2017년 12월 소송을 냈다. 강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을 통해 무료 변론을 받을 수 있었다. 현대해상은 보험 가입(가해자) 차량이 ‘차량 연식이 출고 2년 이내’라는 보험약관의 격락손해 보상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지급을 거부했다.

하지만 법원은 보험사의 약관보다 상법상 권한인 ‘직접청구권’이 우선한다는 법률구조공단의 논리를 받아들였다. 대법원이 기존 입장을 바꿔 2017년 5월 격락손해를 법상 ‘통상손해’로 규정한 것도 이번 판결이 나온 배경이다. 그전까지 대법원은 격락손해를 배상받기 까다로운 ‘특별손해’로 정의했다. 통상손해는 배상받기 쉬운 반면 특별손해는 가해자의 인식 가능성 등이 입증돼야 배상받을 수 있다.

김경돈 공익법무관은 “그동안 손보사들은 불명확한 약관을 근거로 배상을 꺼려왔다”며 “약관과는 별개로 보험사는 직접청구권에 따라 격락손해를 보상할 의무를 지닌다는 점을 인정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이번 판결로 보험사들은 약관 손질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격락손해 배상 기준을 ‘출고 후 2년 이내 차량’에서 ‘5년 이내’로 바꾸고, 수리비용도 기존 10% 이내에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격락손해

교통사고로 차량을 수리했지만 사고차량이라는 이유로 중고차 시세 등이 하락하면서 발생하는 물적 손해.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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