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올해 1학기부터 30대 젊은 법조인들을 연구·교육 인력으로 단기간 채용하는 ‘펠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법학 분야 연구를 수행하는 ‘학문 후속세대’(박사 과정을 마친 전문 연구 인력)를 키우는 동시에 어린 후배들을 가르치는 ‘교육자’를 양성하겠다는 게 서울대 로스쿨의 목표다.

서울대 로스쿨, 30대 변호사를 '법학박사'로 키운다
2일 서울대 로스쿨은 지난해 10월 공고를 내고 면접을 진행한 끝에 4명의 30대 법조인을 펠로로 선발했다고 밝혔다. 선발된 펠로들은 올 2월부터 1년간 업무를 담당한다. 개별 펠로의 연구 계획 등에 따라 계약 기간은 연장이 가능하다. 국내 로스쿨 중 젊은 법조인을 강사가 아니라 연구·교육 인력으로 채용하는 펠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건 서울대가 처음이다.

선발된 펠로들은 광장, 바른 등 대형 로펌 출신 30대 변호사들로 구성됐다. 로스쿨과 사법고시 출신이 모두 포함됐다. 자산운용 전문 변호사, 대기업 사내 변호사, 공인회계사 자격증 보유자 등 다양한 경험을 가진 신진 변호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선발됐다. 모집 과정에서 30여 명에 달하는 지원자가 몰렸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는 후문이다.

이들은 올해 1학기 형법, 민법 등 신입생 전공 필수 과목에서 멘토 역할을 담당한다. 전공 수업에 어려움을 겪는 신입생에게 보충 세미나를 제공하고 개별 상담을 한다. 관심 분야를 연구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급여와 연구 공간 제공, 논문 게재 및 석·박사 과정 등록 시 등록금 면제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서울대 로스쿨이 전격적으로 펠로 프로그램을 도입한 건 법학 연구를 수행하는 ‘학문 후속세대’ 양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임용 서울대 로스쿨 학생부원장은 “로스쿨 체제가 출범하면서 학문 후속세대 단절에 직면했다”고 했다. 2018년 치러진 제7회 변호사시험 응시자 대비 합격률이 49.35%를 기록하는 등 매년 합격률이 떨어져 학생들이 변호사시험 준비에 ‘올인’하고 있다는 얘기다.

법학에 학문적 관심이 있더라도 3년간 로스쿨에서 공부한 뒤 실무 분야로 진출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여기에 실무 능력을 갖춘 젊은 교육자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임 부원장은 “하버드나 예일 등 해외 유명 로스쿨에서는 이미 비슷한 펠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연구 분야 펠로 선발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