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촬영물을 생산하고 유포한 혐의로 구속된 가수 정준영이 기존에 쓰던 휴대폰을 미국에 버리고 귀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28일 MBC 보도에 따르면 빅뱅 멤버인 가수 승리와 정준영, 가수 최종훈 등 단체 카톡방 멤버들은 모의라도 한 듯 휴대폰을 모두 새롭게 교체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실은 경찰 수사기록 상에 기재돼 있었다.

이들이 추악한 꼬리가 잡혔다는 사실을 안 것은 승리가 지난 11일 "큰일났다. 휴대폰 다 바꿔"라고 다급하게 경고하면서다. 자신들의 단체 카톡방 은밀한 사생활이 세상에 알려진 것을 감지하고 불안에 떨었다.

당시 촬영차 미국에 머물러 있던 정준영은 이같은 당부를 듣고 미국에 쓰던 휴대폰을 버리고 새로 구입한 뒤 귀국했다.

정준영은 지난 15일 경찰 조사를 마치고 나와 "회자되고 있는 '황금폰'에 대해서도 있는 그대로 다 제출하고 솔직하게 모든 걸 다 말씀 드렸다"고 했다. 동영상이 들어 있는 자신의 휴대폰을 모두 제출한 것처럼 말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경찰에 따르면 정준영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여성을 상대로한 불법 촬영물을 생산했고, 자랑하듯이 동료 연예인들과 밤낮없이 공유했다.

자신의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가 몇 명이나 되는지 본인조차도 가늠이 안되는 듯 경찰이 증거를 하나씩 제시할 때마다 "또 나왔어요?"하면서 한숨을 쉬고 있다는 것.

경찰 수사기록에는 "정씨가 영상을 볼 때마다 고개를 숙이고 한숨을 내쉬었다"고 적혀있었다고 전해진다.

승리 정준영 최종훈 등 카톡방 멤버들은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는 자신들의 불법 행위를 부인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경찰총장'으로 불리던 경찰 간부와의 연결 고리도 물증이 나오기 전에는 부인했다.

승리와 다른 단톡방 멤버들도 모두 새 휴대전화를 경찰에 제출했기 때문에 범죄 혐의를 찾아내기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제보자의 3년 전 대화 기록이 전부다.

승리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정준영이 단체 대화방에 불법 동영상을 올리는 것을 왜 보고만 있었냐는 지적에 "왜 안말렸겠나. 오프라인에서 만났을 때 '그런 것 좀 하지마, 큰일나 진짜'라고 말하며 말렸다"고 했다.

경찰은 승리가 단순히 불법 촬영물을 받아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직접 촬영물을 유포한 정황을 파악하고 추가입건했다. 거짓말에 거짓말을 더했던 것이다.

증거가 나오자 승리는 경찰에 불법 촬영물을 유포한 것은 시인하면서도 직접 촬영한 것은 아니고 받은 영상을 전송한 것 뿐이라고 주장했다.

단톡방에서는 동료 연예인을 두고 거친 말도 오갔다. 승리가 일본인 사업가가 한국에 온다는 소식을 전하자 정준영은 이에 자연스럽게 “XXX(강남 클럽) 가야 될 것 같다”고 했으며 승리는 “(오후) 8시부터 오전 4시까지”라며 구체적인 시간을 언급했다.

정준영은 “알겠다. 여자들 8시까지 오라고 하면 돼지?”라고 물었고 최종훈은 “승리야 XXX(여배우) 뉴욕이란다”라고 답한다.

승리가 “누나 또 뉴욕 갔어?”라고 말하며 실망감을 표하자 최종훈은 “여튼 배우 X들은 쉬는 날은 다 해외야”라고 말했다.

이 메시지 공개 후 애꿎은 '뉴욕 간 누나' 물망에 올랐던 배우 고준희는 "승리 비밀 누나냐", "그것이 알고싶다에 나온 배우가 맞나"라는 인스타그램 댓글에 일일이 "아니에요"라는 답변으로 해명을 해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 아이돌 그룹 여성 멤버는 동영상 주인공이라는 허위 지라시에 괴로워하다 공항에 몰려온 기자들 앞에서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승리 공동운명체'의 양파와도 같은 거짓말 릴레이 종착점은 어디일까.

앞서 승리 변호사는 "잘 주는 애들을(부르라)"는 메시지가 공개된 이후 이 내용이 성접대를 암시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 "승리가 평소 이런 말을 저렴한 표현이라 쓰지 않는다고 한다. 아마도 나고야 콘서트 후 회식을 하는 중 '잘 노는 애들'을 잘못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다"라고 말했다가 지탄을 받았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다'라는 속담은 이럴때 쓰라고 만든 말일게다.

'국민 역적'을 자청한 승리는 경찰 출석을 할때도 강남 샵을 찾아 풀메이크업과 머리를 매만지는 수고를 마다않는다. 대중들에 대한 마지막 예의(?)를 지키려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그의 노력이 가상할 따름이다.
경찰에 출석하는 정준영 승리 최종훈 _ 한경 DB

경찰에 출석하는 정준영 승리 최종훈 _ 한경 DB

승리는 과거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데뷔 7년차 쯤 되고 사건사고가 자꾸 일어나기 시작하면서 '내가 가수를 계속할 수 있을까, 팀이 지속될 수 있을까'에 대해서 고민했다. 그래서 다른 옵션들을 만들게 됐다"면서 '버닝썬', '아오리라멘' 등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최근 우연한 폭행사고로 드러난 '버닝썬 게이트'로 승리는 가수로서의 인생이 끝났을 수도, 당분간 사업을 접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서른이 된 승리의 인생은 이제 시작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인간은 고통스런 진실보다 쉬운 거짓말을 좋아한다"는 영화 속 대사처럼 승리를 둘러싼 진실은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잔인하고 고통스럽다. 이 잔인한 고통을 끝내는 길은 단 한가지. 있는 그대로의 진실이다. 진실은 간단하지만 거짓은 복잡하다. 거짓을 감추기 위해 거짓을 더할수록 스스로는 물론 지켜보는 이들의 고통은 끝없이 이어질 것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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