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용 초대 병원장 "고령환자가 막힘없이 진료 받는 시스템 구축"
“다음달 1일 서울 서북권 첫 대학병원인 은평성모병원이 문을 엽니다. 의료 수요가 높은 지역주민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좋은 병원을 만들겠습니다. 10년 후 세계 최고 이식병원으로 키우는 게 목표입니다.”

권순용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장(사진)은 26일 “급성심근경색, 뇌졸중, 중증외상 등 3대 중증응급환자를 치료할 전문의가 상주하며 24시간 잠들지 않는 병원이 되겠다”고 했다. 1978년 가톨릭대 의대에 수석 입학해 1984년 졸업한 권 병원장은 고관절 분야 최고 권위자다. 성바오로병원장을 지낸 그는 이날 은평성모병원 초대병원장으로 임명됐다.

은평성모병원은 6500억원을 투입해 지하 7층~지상 17층, 808병상 규모로 지어졌다. 이 병원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서울 제기동 성바오로병원은 지난 22일 폐원했다. 은평성모병원이 아직 문을 열지 않았지만 4월 한 달 5000명 넘는 환자가 진료예약을 했다. 40% 정도는 신규 환자다. 처음에는 300병상 규모로 운영하다가 5월 15일 500병상으로 확장한다. 병원 측은 연말께 모든 병상을 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은평구는 노인 인구 비율이 높은 지역이다. 병원은 고령 환자가 우왕좌왕하지 않고 막힘없이 모든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개원 전부터 노인의학운영위원회를 가동했다. 시니어라운지도 운영한다. 권 병원장과 간이식 분야 명의인 김동구 간담췌외과 교수가 은평성모병원에서 근무를 시작한다. 각막이식 분야 최고 명의인 김만수 안과 교수, 아시아 최고 백혈병 권위자인 김동욱 혈액내과 교수는 서울성모병원과 이곳을 오가며 순환근무를 한다. 권 병원장은 “위·대장·간 등 소화기 질환, 자궁근종 등 60개 진료 분야에서 당일 접수, 진료, 검사, 결과 확인이 가능한 원데이 원스톱 시스템을 구현했다”며 “환자 시간을 소중히 생각하는, 기다림 없는 병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병원은 가톨릭의료원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을 운영하는 평화이즈, KAIST 연구진과 함께 의사 회진을 돕는 인공지능(AI) 로봇인 폴봇, 로비에서 환자를 안내하는 마리아봇을 개발하고 있다. 개발이 끝나면 음성 EMR, 블록체인, 자율주행, 챗봇 기술이 결합된 로봇이 의사를 따라다니며 환자 정보를 제공하고 자동으로 EMR을 작성한다. 정식 개원식을 하는 5월 10일 로봇을 공개한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스마트 기술을 의료에 접목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제대로 된 AI를 구현한 세계 첫 병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은평성모병원에서 개성까지의 거리는 38㎞에 불과하다. 국내 최북단 대학병원이라는 이점을 살려 대북보건의료 사업도 강화할 계획이다. 병원이 정상 가동되면 2000명이 넘는 직원이 근무하게 된다. 권 병원장은 “지역 주민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노력도 하겠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