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창완 한국공항공사 사장은 2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누구나 부담 없이 공항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통민주화’”라고 말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손창완 한국공항공사 사장은 2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누구나 부담 없이 공항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통민주화’”라고 말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지난 100일간 전국 14개 공항과 항공무선표지소(항로를 안내해주는 관제통신시설) 10곳을 모두 다녀왔습니다. 지방 공항들도 김포공항 인천공항처럼 여행자뿐만 아니라 생활을 즐기려는 지역 주민들로 북적이는 공간이 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겠습니다.”

만난 사람=김태완 지식사회부장
만난 사람=김태완 지식사회부장
손창완 한국공항공사 사장은 24일로 취임 100일을 맞았다. 그는 지난해 12월 14일 취임식에서 ‘비상경영체제 돌입’을 선언하고, 당일 제주공항으로 날아가 안전과 보안 시설 등을 점검하는 파격 행보를 보였다. 평생을 경찰에 헌신해온 사람으로서 안전과 보안 의식이 몸에 밴 영향이기도 했다. 그러나 현장을 다녀온 뒤 그가 외친 첫 목표는 ‘공항의 편의성 개선’이었다. “국민이 버스나 지하철을 타듯 심리적 부담감 없이 비행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전국 14개 공항의 운영을 책임진 손 사장을 서울 강서구 과해동 한국공항공사 사옥에서 만났다.

▷취임 100일간 현장을 다 돌아봤다고 들었습니다.

“한국철도공사가 2012년 삼고초려해서 지방 유명 빵집인 성심당을 대전역에 입점시켰습니다. 지금은 KTX를 타기 위해 매표소 앞에 10여 명이 줄을 서 있다면, 성심당 앞에는 소보로빵을 사기 위해 100명 이상이 기다리고 있을 정도입니다. 대전시민들은 소보로빵을 사기 위해 성심당 본사로 가는 경우도 있지만, 대전역으로 가기도 합니다. 그 덕분에 대전역은 종일 사람들로 북적이는 공간으로 변신했고, 성심당도 전국적으로 더 유명해졌죠. 저는 국내 공항도 여행객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도 언제든지 찾아와 즐길 수 있는 문화와 행사공간으로서의 기능을 갖춰야 한다고 봅니다. 한마디로 사람들이 즐겁게 북적이는 장소로 만들면 여행객도 지역주민도 공항 가는 길이 더 설레지 않겠습니까.”

▷공항의 편의성 개선을 강조했습니다.

“공항에 오는 분들은 항상 부담감이 있습니다. 신분증과 여권을 반드시 챙겨야 한다는 부담, 출입수속 소요시간에 대한 불안감 등을 느낍니다.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할 때는 그렇지 않은데 말입니다. 공항에 도착해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과정에서 만나는 항공업계 전문용어(외국어)로 표기된 안내문과 이정표들 때문에 혼란스러운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고쳐나갈 생각입니다.”

▷무엇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요.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보안검색과 탑승 과정을 간편화하고 시간도 대폭 줄이겠습니다. 공항시스템은 바쁘게 돌아가지만 승객들은 그걸 느끼지 못하고 편안하게 수속을 할 수 있는 고차원 서비스체계를 구축해야죠. 이해하기 어려운 공급자 위주 공항용어도 사용자 관점으로 바꾸기 위해 ‘외국어와 항공업계 전문용어 순화’ 사업을 추진할 생각입니다. 비행기 타는 데 누구도 부담이나 긴장을 느끼지 않게 해주고 싶습니다. 이게 ‘교통민주화’가 아닐까요.”

▷지방공항의 경영상황은 어떤가요.

“한국공항공사는 14개 공항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중 김포 김해 제주 대구 등 4개 국제공항은 지속적으로 수익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김포공항은 국내·국제선을 조화롭게 운영하면서 지방공항의 핵심 공항으로 성장시킬 계획입니다. 김해 제주 대구공항은 여객 인프라 확충, 이·착륙 횟수 증가, 신규 노선 확대, 비행 금지시간 완화 등을 추진할 생각입니다.”

▷적자노선도 상당하지 않습니까.

“4곳을 제외한 울산 광주 여수 사천 포항 군산 원주 양양 청주 무안 등 10개 공항은 적자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역활성화가 지방공항의 존재 이유라 적자는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습니다. 신규 항공 수요를 개발하고, 여행업계와 협업해 내륙여행 활성화 전략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청주 무안 양양공항은 새로 선정된 지역기반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국민의 재정부담을 최소화하면서 흑자경영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생각입니다.”

▷남북한 평화시대가 열리면 국토 최북단에 있는 양양공항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항공 수요가 훨씬 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인천공항이 평양을 잇는 단축 노선이라면 양양공항은 함흥을 잇는 한반도 동쪽지방의 거점공항이 됩니다. 관광객은 물론 남북한을 오가는 항공물류의 중심 공항이 될 수 있습니다. 양양은 일본에서 한국을 방문하는 가장 짧은 항로입니다. 경기 동북부권 주민들이 해외로 나갈 때 인천국제공항보다 양양국제공항을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선할 생각입니다.”

▷김포공항 리모델링사업이 올해 끝났는데 어떤 변화가 있습니까.

“조사에 따르면 김포공항의 국제선 출국 수속시간은 10분29초, 입국은 10분27초면 충분합니다. 다른 국제공항이 평균 20~30분 소요되는 것에 비해 훨씬 빠릅니다. 수하물 처리시간은 15분에서 5분으로 줄었습니다. 보안검색대도 10대에서 14대로 늘려 보안검색 시간을 단축시켰어요. 서울 도심에서 자동차로 3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는 접근성 최고의 공항입니다. 공항 바로 옆에 27홀 규모의 대중골프장(인서울27GC)도 5월이면 문을 엽니다. 김포공항을 중심으로 골프장, 국립항공박물관, 컨벤션센터, 복합문화시설 등을 구축해 시민과 함께하는 에어시티를 조성할 계획입니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 해외 사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했는데요.

손창완 한국공항공사 사장 "지방공항에 문화복합시설 유치…지역주민 북적이는 명소로 바꿀 것"
“한국공항공사는 항행장비, 수하물처리시스템, 터미널 운영서비스 등 항공 운영 및 기술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에 올라서 있습니다. 항공 관련 지식재산권만 국내외 237건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2007년부터 항공관제 시스템을 터키 필리핀 적도기니 등에 253억원어치 수출했습니다. 콜롬비아 7개 공항 운영 컨설팅, 우간다 엔테베 공항 개선사업 등 해외사업도 활발히 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에콰도르 만타공항 운영권 인수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해외에 항공교육센터도 운영한다고 들었습니다.

“조종사 인력 수요가 계속 늘고 있지만 공급이 부족한 실정이어서 조종인력양성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근 LCC 7곳에서 조종인력 양성을 공사에 의뢰해 정부와 함께 베트남 휴양도시 냐짱에 항공교육센터 건립과 운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내년부터 우수한 교육시스템을 갖추고 국내 예비 조종사와 베트남 현지 희망자들을 대상으로 조종인력 양성에 나설 계획입니다. 캄보디아 항공교육센터, 파라과이 항공전문인력 역량강화센터 건립도 준비 중입니다.”

▷한국공항공사도 비정규직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는데요.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핵심은 고용 안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자회사 2~3개를 전국 주요 도시에 설립해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4000여 명이 소속된 협력업체들과 계약이 종료되는 대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임기 3년간 어떤 계획을 갖고 있습니까.

“내년이 공사 창립 40주년입니다. 40년 뒤 공사를 내다보면서 본업에 충실한 조직 정비, 해외 공항 운영사업과 장비 수출, 항공 기초 분야 연구개발(R&D)에 힘을 쏟겠습니다. 항공정비사업(MRO)과 LCC 지원에도 고삐를 늦추지 않을 계획입니다. 올해부터 공사의 사업 목적에 남북 경협사업을 추가해 북한 공항시설의 개선, 항공인력 교육사업 등 항공 교류에도 적극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 손창완 사장은…

손창완 한국공항공사 사장은 1981년 경찰공무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경찰대 학장까지 지낸 안전·보안 전문가다. 대학에서 경찰행정학을 공부했고, 경찰학 박사학위도 받았다. 경찰 출신답게 그는 전국 산악에 있는 10개의 항공무선표지소를 직접 가서 눈으로 확인할 정도로 현장 경험을 중시한다. 그는 “국민을 위한 최고의 서비스는 최고의 안전에서 나온다는 신념으로 공항을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호방한 성격으로 직원들과의 소통에 능하다. 공사 임직원과의 회식 자리에서 직원들이 부담스럽게 느낄 수 있는 술 권하기나 건배사 등을 하지 않는다. 직원의 사기는 회식이 아니라 스스로 맡은 업무를 성취했을 때 최고조에 이른다고 믿고 있다. 취임 후 최고경영자(CEO)와 함께하는 토크쇼, 리더십 강연 등 다양한 소통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손 사장은 “소통을 통해 젊은 직원들이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CEO의 책무 중 하나”라고 말했다.
경찰청 홍보담당관을 지내 언론에 대한 이해도 깊다.

■약력

△1955년 전남 장성 출생
△광주제일고,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졸업
△동국대 공안행정학 석사, 동국대 경찰학 박사
△2010년 전북지방경찰청장
△2011년 경찰대 학장
△2012년 한국철도공사 상임감사위원
△2015년 신안산대 초빙교수


정리=강준완 기자 jeff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