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진 예방 매뉴얼 총체적 부실…'활성단층' 사전조사 안해
2017년 11월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을 일으킨 지열발전소사업이 지진 발생 시 대응 매뉴얼부터 사전 조사까지 총체적으로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7년 4월 15일 포항 지열발전소 부근에서 규모 3.1의 지진이 났을 때 사업을 관리하는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은 산업부에 한 장짜리 현황 보고를 했다. 내용은 ‘(사업 주관기관이) 지진 발생 즉시 평가원 담당자에게 현황 보고’ ‘추가 지진 위험으로 수리자극 중단 및 배수 시작’ ‘추후 모니터링을 통한 대응 예정’ 등 세 줄이 다였다. 첨부한 별도 문서가 있었지만 시간별로 작업량을 얼마 줄였다는 경과조치에 불과했다. 양만재 포항지진정부조사단 자문위원은 “규모 3.0 이상 지진은 사람이 느낄 수 있고 중간 규모 지진으로 분류된다”며 “이 정도면 왜 지진이 발생했는지, 더 큰 지진으로 번질 위험은 없는지 조사한 뒤 후속 조치를 한다는 내용이 당연히 있어야 했는데 보고서에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포항 지열발전소의 지진 예방 조치가 부실했던 근본적인 원인은 허술한 매뉴얼에 있었다. 사업단은 ‘미소진동 관리 신호등 체계’라는 지진 발생 시 매뉴얼을 작성해 운영했다.

김정재 자유한국당 의원이 에너지기술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미소진동 관리 신호등 체계를 보면 규모 2.5 이상 지진 때 조치사항은 ‘물 주입압력 감소, 물 주입유량 배수, 정부에 보고’가 전부다. 지진 원인 조사 등의 내용은 없다. 매뉴얼대로면 아무리 큰 지진이 발생해도 작업을 잠시 멈췄다가 아무 때나 재개하면 그만이다.

사업단은 사업 과정에서 매뉴얼을 임의로 완화하기도 했다. 2015년 12월 작성한 매뉴얼에선 작은 지진이라도 인터넷을 통해 대중에게 알린다는 내용이 있었지만 2016년 12월 삭제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매뉴얼 내용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왜 이렇게 작성됐는지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사업 착수 전 조사도 부실했다. 사업단은 발전소 부지 아래 지진 원인인 활성단층이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지질학계에 따르면 땅속 5㎞ 정도 아래에 있는 활성단층의 존재를 알려면 ‘3차원 탄성파 탐사’를 해야 한다. 하지만 3차원 탄성파 조사는 예산 부족, 주민 반대 우려 등의 이유로 배제됐고 사업단은 정밀도가 떨어지는 전자파 조사만 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