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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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고(故) 장자연 씨 사건 등에서 무혐의 처분에 앞장섰던 일부 검사들이 이후 성범죄 전력이 불거져 검찰을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성범죄 부실 수사 의혹을 받고 있는 장본인들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검사 출신 이연주 변호사(사법연수원 30기)는 최근 페이스북에 ‘소도 그리고 검찰’이라는 글을 통해 두 사건의 무혐의 처분에 관여했던 검사들의 과거 성범죄 전력을 공개했다. 이 변호사는 “2016년 7월 서울서부지검에서 성희롱으로 면직된 부장검사가 2015년 1월 김학의 전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했던 A검사”라고 밝혔다. A검사는 2015년 김 전 차관에 대한 검찰의 2차 수사 당시 서울중앙지검 강력부 부장검사로 이 사건의 주임을 맡아 무혐의 처분을 이끌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검사는 2016년 9월 형사부장으로 근무중 청 소속 실무관에게 반복적으로 사적인 만남을 제안했고, 2017년 5월에도 여검사를 성추행한 혐의로 그해 7월 면직당했다. 이 변호사는 글에서 당시 다른 부장검사가 이 피해사실을 알린 검사를 불러다놓고 “별 것도 아닌 일로 사람 신세를 이렇게 망쳐놔야 하겠어”라고 호통쳤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한 검사는 “엄연히 강제추행한 것이 맞는 데, 형사입건이 안된 것은 의문”이라며 “당시 검찰도 이를 조직적으로 비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자연 리스트 사건의 주무 검사도 이후 성범죄 전력으로 검찰을 떠났다. 이 변호사는 “2016년 서울동부지검 부부장 검사였던 B검사 역시 성희롱으로 문제가 돼 사직했다”며 “그 검사는 바로 2009년 성남지청에서 근무하던 시절 장자연 사건의 주무검사이고, 최근에는 장자연의 통화기록을 들고 나간 걸로 문제가 되었던 검사”라고 지적했다. B검사는 초임검사로 부임한 여검사에게 성희롱을 했지만 별도 징계절차없이 퇴직됐다. 이밖에 김학의 사건 처리를 맡았던 또 다른 검사도 회식자리에서 부적절한 행위로 내부 경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변호사는 내부 성범죄에 관대한 검찰 조직이 흡사 삼한시대 치외법권 지대인 ‘소도’와 흡사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5년 7월 한 검사장이 당시 임은정 검사가 어느 검찰간부의 성희롱과 그 검찰간부가 스폰서로부터 접대를 받았던 일에 대해 글을 올리자, “이거 명예훼손죄 되는 것 모르나. 그 따님도 검사인데 얼른 글 내려라”고 종용했다는 사례도 소개했다. 이 변호사는 “검사들은 행동과 처신에 있어 법보다는 처벌받지 않고 통제받지도 않았던 경험을 더 중시한다”며 “검찰은 정치권력에게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고 적으로 삼기에는 너무나 두려운 조직이므로 자신들을 누구도 건드릴 수 없다는 점을 잘 학습한 결과”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