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행 어려움 토로…"사회적 합의 없이 양극화 해소·사회안전망 구축 불가"
문성현 "경사노위 노사 신뢰·기본 매너 너무 부족"
노동계 대표 3명의 '보이콧'으로 파행에 빠진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의 문성현 위원장이 19일 사회적 대화를 이끌어가는 어려움을 호소했다.

문 위원장은 이날 경사노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를 논의하기에는 노·사간 신뢰와 주고받아야 한다는 기본 매너가 너무 안 돼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경사노위 '무용론'을 넘어 '해체론'까지 제기되는 상황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양극화 해소와 사회안전망 구축 문제는 사회적 합의 없이 불가능하다"며 사회적 대화를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사노위는 지난 7일과 11일 각각 2차, 3차 본위원회를 개최했으나 근로자위원인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 3명이 탄력근로제 개선 합의 반대를 내세워 불참해 의결 정족수를 못 채웠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법상 최고 의결 기구인 본위원회는 노·사·정 대표 18명으로 구성되는데 재적 위원의 3분의 2 이상이 참석하고 노·사·정 각각 위원의 절반 이상이 참석해야 의결이 가능하다.

문 위원장은 지난 18일에도 집무실에서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 3명과 면담했으나 입장 차이만 재확인했다.

경사노위는 정상화를 위해 단기적으로는 이들 3명이 복귀하도록 설득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소수 대표의 집단행동으로 파행을 겪는 사태를 방지할 방안을 모색 중이다.

문 위원장은 "4차 본위원회를 열어도 (보이콧 3명이) 올지 안 올지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본인들도 경사노위의 정상화를 바라는 만큼, 소통이 잘 돼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위원장은 노·사·정 각각 위원의 절반 이상이 참석해야 한다는 규정을 거론하고 "탄력근로제와 같이 첨예하게 이해가 갈리는 부분에서는 2분의 1 조항이 의결 자체를 못 하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경사노위는 의사결정 구조를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사회적 대화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의 의사결정 방식을 도입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문 위원장은 "3차 본위원회에서 최저임금위 사례를 말씀한 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저임금위에서는 노·사·정 가운데 어느 한쪽이 2차례 이상 출석 요구를 받고도 정당한 이유 없이 불참하면 이들 없이도 의결할 수 있다.
문성현 "경사노위 노사 신뢰·기본 매너 너무 부족"
문 위원장은 "(불참 중인 대표 3명은) 의사결정 구조를 절대 못 바꾼다고 하지만, 현재 위원회에서는 논의될 수밖에 없는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경사노위는 본위원회에 계속 불참하는 위원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문 위원장은 "정당한 사유와 절차 없이 불참이 이어질 경우 의결권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가 제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 위원은 경사노위를 보이콧하고 있는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 3명의 징계를 포함한 고강도 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위원장은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지나가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내놓은 분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 3명이 4차 본위원회에도 불참하면 경사노위는 산하 노동시간 제도 개선위원회가 도출한 탄력근로제 개선 합의를 최종 의결할 수 없다.

경사노위는 지난 13일 탄력근로제 개선 논의 결과를 국회에 제출했고 국회는 법 개정에 착수했다.

문 위원장은 "(보이콧 3명은) 탄력근로제를 논의하면 안 된다고 하지만, 본위원회가 열리면 탄력근로제(합의 의결 여부)를 논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경사노위는 탄력근로제 논의 결과를 일단 국회로 넘겼지만, 합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본위원회에서 최종 의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합의 수준을 높이지 못할 경우 국회에서 탄력근로제 개선 합의를 사회적 합의로 볼 수 있느냐를 두고 논란이 일어 법 개정 과정에서 내용이 후퇴할 가능성을 경사노위는 우려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6개월로는 부족해 1년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그러나 현행 의사결정 구조에서는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 3명이 끝내 복귀하지 않으면 탄력근로제 개선 합의를 최종 의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경사노위가 탄력근로제 개선 논의를 종결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문성현 "경사노위 노사 신뢰·기본 매너 너무 부족"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