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선물위원회가 지난해 ‘공시 누락’을 이유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내린 1차 제재의 효력이 정지됐다. 앞서 2차 제재도 효력 정지된 상태여서 행정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삼성바이오에 대한 증선위 제재는 모두 정지됐다.19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유진현)는 삼성바이오가 금융위원회 산하 증선위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요청을 인용했다. 증선위 제재를 그대로 이행할 경우 삼성바이오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지난해 7월 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주식매수청구권을 합작 투자사인 미국 바이오젠에 부여하고도 이를 공시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당시 증선위는 삼성바이오에 재무담당 임원의 해임을 권고하고 3년간 지정 감사인의 감사를 받도록 했다.증선위는 지난해 11월엔 삼성바이오가 2015년 말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회계처리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고의로 분식회계를 했다는 내용의 2차 결과를 발표했다. 삼성바이오는 2차 결과에 대해서도 불복해 지난달 법원에서 효력정지 결정을 받아냈다.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가 제기한 증권선물위원회 제재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면서 앞으로 전개될 행정소송에서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됐다는 법학계의 분석이 나왔다.24일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로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삼성바이오-증선위 행정소송 쟁점과 전망’ 정책토론회에서 최승재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연구원장은 “그동안 전통적인 분식회계 사건은 고의나 과실이 명백해 집행정지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삼바의 가처분 신청 인용은 본안 소송에서 다툴 만한 논점이 있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삼바는 지난해 11월 증선위의 분식회계 판정을 받고 이에 불복하는 행정소송과 행정처분 집행정지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이 지난 22일 이를 인용하면서 삼바는 행정소송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최고경영자(CEO) 해임, 감사인 지정, 재무제표 수정 등을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 최 원장은 “이번 결정이 삼바가 회계 처리를 정당하게 했다는 뜻은 아니다”면서도 “다만 구속이 형사처벌 가능성이 높다는 시그널을 주는 것처럼 집행정지 인용도 본안 소송에서 패소할 확률이 명백하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법원이 통상적인 심문기일인 2주를 넘겨 한 달 동안 신중하게 판단했고 삼바에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며 “삼바 사건은 기업과 회계사들에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사회적 의미가 있다”고 했다.이날 토론회에서 삼바의 회계 처리 변경을 분식회계로 정의할 것인지에 대한 공방도 이어졌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삼바 사건은 종래 회계 기준인 미국의 GAAP 방식에서 유럽 회계 기준인 IFRS 방식으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명확한 회계 기준을 정립하지 못해 혼란이 초래된 사태”라며 “이를 의도적으로 주주들에게 손해를 입히기 위해 허위 공시를 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삼바와 바이오젠 간 합작투자계약서에 어느 한쪽이 52% 이상의 지분을 가져야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단독 지배권을 인정하는 것으로 돼 있다”며 “삼바가 지분의 85%를 보유했던 2012~2014년에도 관계회사로 처리해야 한다는 증선위의 판결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회계 평가 기준 변경이 가져온 일회성 이윤 반영을 분식회계로 몰고간 증선위가 무리수를 둔 것”이라고 비판했다.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고의 회계 분식’ 의혹을 받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내린 제재 효력이 당분간 정지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박성규)는 22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증선위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고 22일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가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에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처리에 대한 사법부의 첫 판단이다.재판부는 “증선위의 처분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함을 인정할 수 있다”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 효력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성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회계처리의 위법성도 엄격히 따져볼 문제라고 적시했다. 재판부는 △금융감독원이 애초 이 사건 주식과 관련한 회계처리가 적법하다고 판단한 점 △다수의 회계 전문가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가 국제회계기준에 부합한다고 설명한 점 △금감원 판단 변화의 모순점 등을 판단 근거로 들었다.지난해 11월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말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고의로 분식회계를 했다며 대표이사 및 담당 임원 해임 권고, 3년간 감사인 지정, 재무제표 시정, 과징금 80억원 부과 등의 처분을 내렸다. 이날 결정으로 행정 본안소송의 결과가 나온 이후 30일이 되는 날까지 처분 효력이 정지된다. 증선위는 “구체적 내용을 살펴본 뒤 즉시 항고 여부 등 향후 대응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