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명컴퓨터고 인공지능소프트웨어학과 학생이 교사와 함께 인공지능(AI) 스피커를 만들어보고 있다. 세명컴퓨터고 인공지능소프트웨어학과는 IBM과 함께 AI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맞춤형 교육과정인 ‘P-테크’를 운영한다. 이 학교에서 3년간의 교육과정을 마친 학생들은 경기과학기술대에 진학해 AI 전문교육을 받게 된다.  /세명컴퓨터고 제공
세명컴퓨터고 인공지능소프트웨어학과 학생이 교사와 함께 인공지능(AI) 스피커를 만들어보고 있다. 세명컴퓨터고 인공지능소프트웨어학과는 IBM과 함께 AI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맞춤형 교육과정인 ‘P-테크’를 운영한다. 이 학교에서 3년간의 교육과정을 마친 학생들은 경기과학기술대에 진학해 AI 전문교육을 받게 된다. /세명컴퓨터고 제공
해마다 직업계 고등학교 신입생 모집철이면 ‘직업교육 위기론’이 쏟아진다. 직업교육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대입 선호 현상 등으로 전국적으로 정원조차 채우지 못하는 직업계고가 속출해서다.

반면 입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몰려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학교도 있다. 이들 학교의 공통점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데 있다. 미래산업 수요에 발맞춰 학과 개편을 서두르고 기업체와 머리를 맞대 수업을 변화시키고 있다.

‘AI 정예군단 육성’…일반고서 ‘유턴’하기도

"미래산업 맞춤교육이 살길"…'AI 정예군단' 키우는 직업계高
이달 초 서울 세명컴퓨터고에 입학한 A양(17)은 ‘유턴 학생’이다. A양은 지난해 일반계고 1학년 때 세명컴퓨터고에 ‘인공지능(AI) 맞춤형 교육과정’이 생긴다는 소식을 듣고 다니던 학교에서 자퇴했다. 관련 동아리 활동을 하며 AI 전문가를 꿈꿔온 A양은 약 2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세명컴퓨터고 인공지능소프트웨어학과에 입학했다.

이 학과에서는 A양을 비롯해 52명의 신입생이 ‘AI 정예군단’이 되기 위해 맞춤형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IBM과 교육부가 손잡고 국내에 처음 만든 P-테크 ‘서울뉴칼라스쿨’이다. 학생들은 세명컴퓨터고에서 3년간 교육을 받은 뒤 경기과학기술대에 진학해 2년간 맞춤형 교육과정을 이어받는다.

IBM의 P-테크는 2011년 뉴욕을 시작으로 세계 10여 개 국가 200여 개 학교에서 운영 중인 새 교육모델이다. AI·소프트웨어(SW)·정보보안 등 전문역량과 핵심 직무역량을 중심으로 교육한다. 미국 내에선 약 180명의 졸업생이 배출돼 25% 정도가 IBM에 정직원으로 입사했다.

세명컴퓨터고는 2016년 ‘알파고 쇼크’ 이후 자체적으로 AI학과 신설을 준비했다. 이 같은 점을 인정받아 지난해 P-테크 사업 파트너로 선정됐다. 이 학교는 숭덕공업고에서 컴퓨터고로 변신한 이후 스마트보안솔루션학과, 게임소프트웨어과 신설 등 혁신을 거듭해왔다. 새 과목을 신설하면서 관련 교과서를 6권이나 집필한 유두규 교장은 “올해 신입생 중에는 일반계고에 다니다가 P-테크 지원을 위해 자퇴한 학생이 두 명이나 있다”며 “새로운 직업교육에 대한 학생들의 갈증과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학교들이 끊임없이 혁신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해외취업 넘어 해외창업 지원

"미래산업 맞춤교육이 살길"…'AI 정예군단' 키우는 직업계高
1985년 선일여자상업고로 출발한 선일이비즈니스고는 상업고의 전통을 지키면서 신(新)산업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 ‘전자상거래(e-business)’에 집중했다. 실무형 교육과정으로 전산회계 등 자격증 취득을 돕고, 실용영어 교육을 더하면서 해외 취업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서울형 글로벌 현장실습으로 해외에 나갔던 올해 2월 졸업생 10명이 모두 싱가포르에서 취업에 성공했다. 디자인 콘텐츠과를 졸업하고 싱가포르 정수기제조업체 타미에 근무 중인 장지원 씨(19)는 “회사가 베트남 홍콩 한국 프랑스와 거래하고 있어 디자인과 무역업무를 함께 익힐 수 있다”며 “조직문화가 수평적이고 ‘워라밸’을 철저하게 보장해주는 것도 해외 취업의 장점”이라고 했다.

이 학교는 최근 전자상거래 플랫폼 카페24와 손잡고 학생들을 위한 해외 인터넷 쇼핑몰 창업 프로그램도 개발하고 있다. 선일이비즈니스고는 인터넷 쇼핑몰 제작과 디자인, 고객관리, 배송 등 쇼핑몰 창업·운영에 특화된 교육과정을 갖추고 있다. 이 같은 강점을 살려 해외 현장실습, 해외 취업을 넘어 해외 창업을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학생이 창업 계획을 세우면 학교는 플랫폼 구축을 돕고 해외법률 자문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안재민 교장은 “직업교육의 꽃은 창업”이라며 “시공간 제약에서 자유로운 전자상거래의 특성을 살리면서 학생들에게 더 많은 도전의 기회를 주겠다”고 말했다.

지역사회와 연계한 학과 개편

지역사회와 긴밀하게 호흡하며 경쟁력을 쌓는 직업계고도 있다. 1972년 개교한 전남 나주공고는 혁신도시 계획 발표 후 한국전력공사 이전 등을 염두에 두고 토목과와 지적정보과를 통합해 전기과를 신설했다. 또 광주 첨단산업단지에 금형클러스터가 조성된다는 소식에 디지털금형과를 신설했다. 이 학교는 인근 중소기업 75개와 업무협약을 맺고 있다. 교사들이 기업체 관계자들과 함께 최소 1년에 한 차례씩 직무분석을 하고 이를 수업에 반영한다.

나주공고는 전국기능경기대회 일반부문과 학생부문이 구분되기 전인 2000년 이 대회에서 현대중공업을 꺾고 금메달을 차지한 ‘보일러 명문고’다. 한국열관리시공협회가 나주공고에 보일러 설치 재능 기부를 제안한 이유다. 나주공고는 이후 지자체와 함께 소외계층에 보일러를 설치해주는 재능 기부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임언택 교장은 “특성화고는 진짜 특성화를 통해 경쟁력을 쌓아야 한다”며 “보일러와 전기, 금형 분야에서 나주공고의 브랜드 파워를 쌓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의 입학 경쟁률은 평균 1.5 대 1이 넘는다. 전남교육청 내 47개 직업계고 평균 충원율이 80%대로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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