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훈동에 있는 SK건설은 사방이 맛집 거리로 둘러싸여 있다. 위로는 인사동과 삼청동, 오른편엔 종로, 아래엔 을지로 등 주변에 오랜 손맛을 자랑하는 노포가 즐비하다.

[김과장 & 이대리] SK건설 직원들이 추천하는 종로·을지로 맛집
다동에 있는 충무집은 SK건설 직원들이 봄마다 찾는 식당이다. 통영에서 매일 올라오는 신선한 해산물로 요리한다. 대표 메뉴는 도다리쑥국이다. 도다리쑥국은 남해 사천 고성 통영 거제 등 남해안 사람들이 먹던 제철 음식이다. 된장을 푼 육수에 살아 있는 싱싱한 도다리를 넣고 끓인다. 여기에 막 돋아난 야생 해쑥을 넣는다. 국물을 한 입 떠 넣으면 구수한 된장 육수 사이로 향긋한 쑥향이 올라온다. 통영에서 갓 잡아 올린 도다리는 살이 두툼하고 쫄깃하다. 자연산 도다리는 비타민과 단백질, 콜라겐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소한 김과 비벼 먹는 멍게밥도 별미다. 멸치회, 잡어회 등은 맛이 고소해 술안주로 제격이다.

해장이 필요한 날에는 흥진옥을 찾는다. 피맛골에 있는 대표 노포다. 1968년 개업해 50여 년째 영업 중이다. 청진옥 청일옥 등과 함께 해장국 골목의 터줏대감 역할을 하고 있다. 설렁탕, 선지해장국, 뼈다귀해장국, 도가니탕, 곱창전골 등 다양한 국물 요리를 취급한다. 맛이 부드럽다. 육수가 무겁지 않고 가벼워 속을 달래기 좋다. 양과 함께 나오는 내장수육은 살이 토실하고 식감이 쫄깃하다.

다동 남포면옥은 평양냉면 애호가 사이에서 이미 유명한 곳이다. 50년 넘게 이북요리를 해왔다. 동치미 국물과 고기 육수를 배합해 냉면을 만든다. 어복쟁반도 이곳의 대표 메뉴다. 놋쟁반에 소머리고기, 양지, 유통(가슴살)과 버섯, 쑥갓, 죽순 등 갖은 채소를 놓고 육수를 부어가며 먹는 음식이다. 건더기를 먹고 나면 남은 국물에 국수사리를 비벼 먹는다. 양도 푸짐해 소자 하나로 2~3명이 먹기 충분하다.

낙원동에 있는 유진식당은 저렴한 가격에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설렁탕과 돼지머리국밥이 5000원이다. 다른 식당에선 1만원을 훌쩍 넘는 평양냉면도 8000원에 판매한다. 저렴한 가격에도 맛은 깊다. 탄력 있는 면엔 메밀 향이 가득하고 국물엔 깊은 고기 향이 스며 있다. 저녁엔 녹두지짐에 막걸리 한잔 곁들이기 좋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